국내 증시 상장으로 가닥을 잡은 신선식품 배송 업체 컬리(마켓컬리)가 오는 28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가운데,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전이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2파전으로 사실상 압축됐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오는 28일 증권사들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한 뒤 상장 대표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컬리는 총 6개 증권사에 RFP를 발송했으며, 그 중 KB·미래에셋·삼성증권이 입찰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2017년 국내 상장을 준비하면서 대표주관사를 삼성증권 한 곳으로만 선정했다. 이후 올 3월 미국 상장으로 노선을 틀면서 삼성증권과 계약을 해제하고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와 새롭게 손잡았다. 하지만 미국 상장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이달 다시 국내 상장으로 회귀하면서 이들과의 계약도 해제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전통 강자'로 꼽혀온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다른 신선식품 배송 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의 상장을 주관하고 있어 컬리 주관사 선정에 입찰할 수 없는 상황이다. IB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일찍이 (컬리에) 거절 의사를 밝혔고, 한국투자증권은 오아시스마켓과 논의한 끝에 컬리의 상장 주관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컬리의 유력한 주관사 후보는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두 곳이다. 이 중 특히 KB증권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가 직접 컬리의 상장 주관 계약 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김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마켓컬리는 성장 산업(을 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상장 주관 계약을 위해 제안서를 열심히 준비 중이며, (컬리 대표와도) 곧 만나길 희망하고 있다"며 "28일 프리젠테이션에도 직접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최근 IPO 시장에서 이른바 '대어'의 상장 주관을 잇달아 수주하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KB증권은 회사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과 몸값 18조원의 카카오뱅크, 미국 상장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몸값 5조원의 한화종합화학, SK텔레콤(017670) 자회사 원스토어의 상장 주관 업무를 맡고 있다. 컬리 역시 기업 가치가 수 조원에 달하는 만큼, KB증권이 컬리의 상장 주관 계약을 따낸다면 올해 IPO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가 한층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컬리의 주관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회사는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 브랜드가 해외 자본시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만큼 컬리의 해외 투자사들을 응대하기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신세계그룹의 쓱(SSG)닷컴과 컬리 중 어느 회사의 상장 주관 계약을 따내는 것이 유리할 지 고민 중이다. 컬리와 쓱닷컴은 모두 신선식품 배송을 영위한다는 공통점을 지녀, 두 회사의 상장 주관을 모두 맡는다면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쓱닷컴은 지난 2019년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법인으로 출범할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면서 5년 내 IPO를 한다는 전제로 환매청구권(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2023년까지 일정 거래액(GMV)을 달성하거나 상장을 해야 하는데,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상장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쓱닷컴이 올해나 내년 중 IPO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증권은 컬리와 쓱닷컴 중 어느 회사의 상장 주관을 맡는 것이 유리할 지 저울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모두 컬리에 5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부터 IB 업계에서는 컬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5조~7조원 수준으로 추측해 왔는데, 회사 측에서 고려하는 기업 가치 역시 최소 5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이달 초 2245억 원 규모의 시리즈 F 투자를 유치하면서 2조5000억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