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 증시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급락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저가로 인식하고 매수에 나서고 있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베트남 증시의 반등에 대한 확신이 커 매수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조만간 잦아들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베트남 정부가 풀겠다고 밝힌 26조동(1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이 경기 부양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들의 매수 행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베트남 VN지수의 최근 한 달 간 흐름. /인베스팅닷컴

베트남 주가지수인 VNI는 지난 2일 1420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나서 연일 하락하고 있다. 13일에는 1300선을 내주고 1297.54로 마감했으며, 14일에는 1279.91까지 내렸다.

열흘 넘게 지속되고 있는 베트남 증시의 하락세는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매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고 있다. 코로나의 확산세는 특히 호찌민을 비롯해 빈즈엉성, 롱안성, 푸옌성 등 남부 및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당국은 코로나의 여파로 삼성전자(005930)에 공장 가동 중단을 지시하기도 했다. 1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호찌민시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에 가동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SHTP에서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를 운영하며 가전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의 유행으로 인한 급락장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은 오히려 베트남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VNI가 고점을 찍었던 2일 이후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주식 매수 금액은 675만달러(77억6000만원)로, 매도 금액인 378만달러(43억4000만원)를 크게 웃돌았다.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던 그 전 한 달 간(6월 2일~7월 2일) 1260만달러(144억8000만원)를 순매도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특히 베트남 대형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VFMVN30 ETF'를 많이 사들이고 있다. 최근 급락장에서 7거래일 동안 총 407만달러를 순매수했다. 13일 기준으로 예탁원에 보관 중인 이 ETF의 규모는 1억달러가 넘는다. 대형주에 투자하는 ETF를 많이 매수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베트남 증시의 회복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 확산에 봉쇄령 내려진 베트남 호찌민 시내. /연합뉴스

증시 전문가들은 베트남 증시가 하락세에서 벗어나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달 다낭에서 코로나가 크게 유행했을 때도, 베트남 주가지수는 타격을 받지 않고 상승세를 지속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VN지수는 6월 한 달간 6.1%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증시의 평균 상승률(1.2%)보다 5배나 높다.

6월 한 달간 VN지수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도 양호한 수익을 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베트남 주식형 펀드 22개의 평균 수익률은 4.43%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 235개의 평균 수익률은 1.97%에 그쳤다.

장현준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 매니저는 "최근 베트남와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코로나의 유행을 잘 통제하고 있다"며 "현재 베트남 증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지금의 주가지수는 눌림목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 수의 감소 등에 관한 통계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숫자'로 나타나는 통계 그 자체"라며 "베트남도 공식적으로는 코로나 방역 모범 국가인 만큼,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이 오래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