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빅테크주의 운명이 엇갈렸다. 미국에서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 인터넷 플랫폼 기업 주가는 정부 규제 여파로 연일 휘청대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플랫폼 산업이 몸집을 키우면서, 독점 및 불공정경쟁 우려가 야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안보를 강화한다는 취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올해 들어 중국 대표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는 연초 고점과 비교해 평균 30% 하락했다. 인터넷 플랫폼 구성 비중이 높은 MSCI CHINA와 항셍테크(HSTECH) 지수들도 2월 19일 고점 대비 각각 21%, 31% 떨어졌다.
앞서 지난 7일(현지 시각) 중국 정부는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던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해 국가안보법 위반 심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후 8일에는 알리바바 등 22개 기업에는 반독점 위반 벌금을 50만위안씩 부과하기도 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이 중국 빅테크주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은 지난 7~9일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개미들은 지수가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3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지금 상황이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판단했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해외주식 순매수 결제 규모 상위 종목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이어 텐센트홀딩스와 디디추싱이 잇따라 이름을 올렸다.
개미들의 선택을 지지하듯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를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는 중국 공산당이 오는 2030년까지 디디추싱처럼 해외에 상장한 자국 기업을 압박할 경우, 중국 경제는 한국 돈으로 최대 5경원이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중국이 규제 없이 경제 성장을 이어가면 2030년쯤 자산과 부채 규모가 총 48조6000억달러(한화 690조66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지금처럼 기업을 옥죄면 성장이 정체돼 10년 뒤에도 지난해 규모(2조900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구체적인 정책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 경계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많은 규제책이 나왔지만, 아직 추가 규제가 더 나올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해외상장 기업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개인정보보호법과 네트워크보안 심사법이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며 "후자는 사실상 중국 내 일정한 영향력이 있는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의 해외 상장을 막는 조치"라고 했다. 그는 이어 "까다로운 심사로 플랫폼 기업 해외 상장이 중단되면 빅테크 기업 투자수익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자주 사용했던 VIE(Variable Internet Entity, 변동이익실체) 지배구조를 정책 당국이 어떻게 평가하는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VIE 지배구조는 인터넷, 교육, 서비스업 등 산업에 외국인이 투자할 수 없다는 중국의 규제와 법망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만든 구조다.
최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데이터보안 강화로 VIE 지배구조를 법적으로 부인하거나, 변경을 요구한다면 신규 상장 금지가 어려울 뿐 아니라, 기존 해외상장 기업의 상폐 가능성도 남아있다"며 "아직 명확한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봐야겠다"고 분석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VIE 지배구조를 부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유추할 수 있다는 단서가 아직은 없다"면서도 "법제화를 통해 VIE 구조를 통한 역외상장 제한, 지배구조 점검 가능성이 상존해 의견 발표 이후 제재 강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