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사이에 메타버스(Metaverse)는 꽤 친숙한 용어가 됐다. 지난 3월 투자노트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메타버스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그래도 다시 한번 정리하면, 메타버스는 초월(meta)과 현실 세계(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3차원 가상 세계를 말한다. 게임,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현실에서처럼 일하고, 놀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메타버스는 가장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다. 국내외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이 개별 종목으로 주목받는가 하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메타버스 테마에 관심이 쏠렸다. 메타버스 관련 펀드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 게임 기업이다. 서학개미는 한 달 동안 로블록스 주식을 약 8153만달러(한화 약 920억원) 사들였다. 에어비앤비(7785만달러), 구글(4988만달러), 페이스북(4598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메타버스 개념을 분석하고, 수혜주 찾기에 바쁘다. 몇 달 사이 ‘진짜 메타버스 주식’ ’'메타버스 대표기업' ‘메가 트렌드, 메타버스’ ‘메타버스 대장주’ 등 제목을 달고 나오는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부쩍 늘었다.
애널리스트들이 꼽은 국내 메타버스 수혜주로는 자이언트스텝(289220), LG이노텍(011070), LG디스플레이(034220), 위지윅스튜디오(299900) 등이 있다. 해외 메타버스 관련주로는 위에서 언급된 로블록스를 비롯해 엔비디아, 페이스북, 텐센트홀딩스 등이 제시됐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미국에서 메타버스 관련 ETF가 첫 상장을 해 주목 받았다. ‘Roundhill Ball Metaverse ETF’(META)는 IT 관련 기술 종목 중 메타버스 사업에 다른 이익 성장이 직간접적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 구성됐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ETF 시장에서도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메타버스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ETF를 출시한 것”이라며 “메타버스를 주축으로 다양한 IT 혁신 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국내에선 메타버스 관련 펀드도 나왔다. 지난달 KB자산운용이 국내에서 처음 출시한 메타버스 관련 펀드(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는 로블록스 주식(전체의 4.4%)을 담고 있다. 같은 달 28일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는 전체 주식 중 로블록스 비율이 1.6% 정도다.
한편, 지난달 KB경영연구소에서는 ‘지금은 메타버스에 올라탈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재밌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2억 명 미래 고객(가입자)이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국민은행 지점을 오픈하고, 디지털 연수원도 운영해보자는 내용이었다.
이동훈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민은행 광고 모델 방탄소년단이 직원으로 있는 지점을 소셜 플랫폼 제페토에 오픈해 Z세대에게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미래 고객과 스킨십을 강화해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누군가는 메타버스 가치와 더불어 이런 제안이 얼마나 현실적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금방 식어버릴 유행이라고 지나쳐버리면 그만이지만, 본인을 제외한 모두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재미 삼아 메타버스에서 내 아바타부터 하나 만들고 고민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