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패션주가 고공 행진했다. 6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섬유 및 의복 업종은 올 상반기 중에만 53.82% 올랐다. 해상운수·인터넷 서비스·레저용품 다음을 잇는 상승률이다.

리오프닝(Re-Opening·경제재개주) 덕을 톡톡히 본 영향이다. 리오프닝주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입었지만 경기 회복이 이뤄지면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을 일컫는다. 국내외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증가하면서 여행·항공·섬유의복 등 리오프닝주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섬유·의복 업종은 코로나19 경제 재개 이후 보복 소비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종목이 골고루 올랐다. 특히 시장에서 디스커버리·MLB 등을 보유한 F&F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지난 5월 21일 유가증권시장에 분할 재상장한 이후 재상장 전 30만원대로 평가받았던 주가는 지난 5일 기준으로 52만5000원으로 올랐다. LF(093050)한섬(020000)도 지난 1월 4일부터 6월 30일 기준으로 각각 36.12%, 40.58%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과 휠라홀딩스도 같은 기간 26.70%, 35.82% 올랐다.

연합뉴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류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업종 내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큰 성장성 없이 장기 부진하던 업종이었으며 코로나 19 이후에는 소비 타격으로 크게 하락했던 업종이기 때문에 더욱 턴어라운드 폭이 기대됐다"고 말했다.

리오프닝 기대감에서도 주목을 덜 받은 업종이 있다. 바로 화장품 업종이다. 마스크 일상화로 외면받던 색조화장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점쳐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화장품주가 들어가 있는 개인생활용품 업종은 지난 상반기 12.09% 오르는 데 그쳤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업종 중 상승한 업종 54개 중에서 12번째로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 5월 상장한 색조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전문업체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상장 첫날 10% 넘게 하락하며 공모가(4만7500원)를 밑돌았다. 지난 5일 기준으로도 여전히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마스크를 벗게 되면 옷 못지않게 화장품도 필요할 텐데 왜 이런 수익률 차이가 생겼을까.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옷과 다르게 글로벌 브랜드 화장품이 이미 코로나19 경제 회복 수요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복·섬유 업종은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사업권을 확보해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화장품 업체들은 글로벌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에 이어 포스트 코로나 수요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로레알·에스티로더·시세이도와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또한 수요 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늘어난 보복 소비가 국내 화장품 기업으로만 향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앞서 에스티로더는 올 1분기 매출이 38억6000만달러(약 4조361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났으며 로레알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5.4% 늘어난 76억1450만유로(약 10조43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중국 최대 온라인 판촉 행사이자 '제2의 광군제'로 불리는 '618 쇼핑축제'에서도 드러났다. 1위부터 7위까지는 로레알·에스티로더·랑콤·올레이·시세이도·라메르·SK-ll로 모두 글로벌 브랜드였다. 한국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의 후가 8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17위에 올랐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중국 소비자로부터 굳건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중국 채널에서 고성장했지만 글로벌 피어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반기 중 국내 오프라인 화장품 소비 회복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 연구원은 "지난 4월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2조6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성장했지만 2019년 4월 2조8292억원 수준을 하회했다"며 "2019년 4월 수준을 상회하는 화장품 소매채널은 면세점과 무점포 화장품(온라인 포함)뿐으로, 여전히 오프라인 주요 채널에서의 소비 회복은 더디다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어쨌든 상반기는 지났다. 하반기는 어떤 투자전략을 가져가야 할까. 패션 업종과 관련해서 증권가는 앞으로 보복 소비가 실제로 기대만큼의 규모로 나타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연구원은 "2021년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외 의류주 주가에 반영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2020년에 회복하는 기업인지, 2019년 대비해서도 성장하는 기업인지, 그리고 2022년에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기업인지 장기 연간 성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라이프사이클과 유행 변화에 따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업종이 무엇인지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업종도 마찬가지로 실적이 기업별로 차별화할 전망이다. 특히 전망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국내 화장품 '투 톱'에서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 최선호를 제시한다"며 "이변 없이 대중국 채널 중심에서 호실적이 기대되고 실적 차별화 국면에서 안정적인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배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와 온라인 중심 체질 개선 흐름에는 변화가 없지만 직전 분기 면세 경쟁상황과 비용 집행 계획 등 모든 요인이 우호적으로 발생하면서 단기간에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