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상장을 앞둔 카카오(035720)의 금융 자회사 카카오뱅크가 3만3000~3만9000원의 희망 공모가를 제시한 가운데, 장외 시장에서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기존 주주들의 ‘패닉셀링(공황매도)’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일 이른바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비상장 주식 거래소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1일 기준가는 7만85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비상장 주가는 올해 초 7만원대 초반에서 넉 달 동안 10만원대로 오르며 크래프톤과 더불어 장외 시장 ‘대장주’로 주목받았지만, 희망 공모가가 제시된 이후 급락하고 있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가 공개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9만4000원의 시세를 형성했으나, 나흘 만에 16% 넘게 하락하며 8만원선을 내줬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카카오뱅크 비상장 주식의 매도 호가는 대체로 8만원을 넘으나, 7만원대 후반에 매물을 내놓은 주주들도 있다. 또 다른 비상장주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는 8만원대 초반의 매물이 많이 나와있다. 8만1000원에 보유 주식 1만주를 팔겠다는 주주도 등장했다. 주식 8억1000만원어치를 상장도 하기 전에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장외 주가 흐름. /증권플러스 비상장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의 장외 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달 17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64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장외주가는 현재 55만5000원까지 떨어진 상태. 38커뮤니케이션에서는 매도 호가가 53만원까지 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293490), 하이브(옛 빅히트)가 상장했을 때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띤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8월 초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했을 당시 장외가는 6만원대에 그쳤으나, 상장 직전까지 계속 오르며 매도 호가가 13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공모가(2만4000원)의 5배 넘는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하이브의 장외가 역시 희망 공모가 공개 당시에는 20만원대였으나, 기관 수요 예측을 앞두고 35만원까지 올랐다. 이는 공모가(13만5000원)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하이브 제공

카카오뱅크·크래프톤의 장외 시장에서 지난해와 달리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이들 기업이 상장하고 나서 주가가 크게 오르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상장한 ‘대어(大魚)’들의 주가가 상장 후 급락하는 일이 거듭하자, 이제는 신규 상장주의 주가가 따상을 기록하기는커녕 공모가보다도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첫날 따상을 기록했으나 다음날 하락 반전했으며, 한 달도 안 돼 19만원에서 11만원까지 떨어졌다. 5월에 상장한 SKIET는 상장 첫날 주가가 시초가 대비 26% 폭락했다.

크래프톤 제공

카카오뱅크의 경우, 공모가가 밴드 상단(3만9000원)으로 결정된다면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를 넘어야 현재 수준의 장외가에 근접할 수 있다. 만약 주가가 오르지 못하거나 오히려 공모가를 하회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장외 주주들은 그만큼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증권 업계에서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밴드 기준 시가총액은 15조7000억∼18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3, 4위 금융 지주사인 하나금융(13조6000억원)과 우리금융(8조3000억원)의 시가총액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크래프톤 역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커지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고 희망 공모가를 내렸다. 1일 크래프톤이 금감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 측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는 40만~49만8000원이다. 기존 희망 공모가 범위는 45만8000~55만700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