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동산 값이 급등하면서, 자산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추세가 길어지면 심각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9년 미국 유타주(州) 솔트레이크시티 교외의 한 주택 단지. /AP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전국주택가격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987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34년 만의 가장 큰 상승폭이다.

미국에서 이처럼 집값이 급등한 건 수요와 공급 불균형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늘어난 반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집은 부족해지자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규 주택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초부터 목재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건설 노동자가 부족해지면서 착공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사이, 기존에 나와 있던 매물까지 줄면서 가격은 더욱 치솟았다.

같은 날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공개한 4월 집값 상승률도 15.7%로 1991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22일 집계한 5월 기존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35만300달러(한화 약 3억9647만원)로 최초로 35만 달러를 웃돌았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주택 실수요자들의 선취매 욕구가 가격에 둔감한 것이 나타난다면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측면에서 경계감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선 이번 주택시장 과열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임금 및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주거비 상승을 인플레이션을 과도하게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과 붕괴 사이클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활황을 연준이 팬데믹 사태 이후 지속해온 금융 지원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이 집값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며 MBS 추가 매입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주택 가격이 치솟는 만큼 MBS 매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부동산 과열이 모두를 패닉하게 한 2000년대 중반 모기지 대란 때와는 결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집값 폭등의 지렛대 역할을 했던 대출 기관이 신용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부동산이 아닌 건설주 등으로 자금도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30일 '자산 시장 과열이 진짜 인플레이션 리스크'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블룸버그는 "지금 같은 가격 랠리가 한동안 계속될 수 있겠다"며 "급등하는 집값은 언제나 주의를 요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감안할 때 불안정한 투기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