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047040)의 매각을 위한 재입찰이 결정된 가운데, 1일 회사 주가가 소폭 하락 마감했다. 지난달 초 9500원을 넘었던 대우건설 주가는 경영권 매각 본격화 이후 호재가 소멸했다는 인식이 커지며 이미 한 달간 17% 넘게 떨어진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대우건설의 주가 향방에 대해 각기 다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입찰을 통해 매각가가 낮아지면 주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가가 이미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흥건설 / 대우건설

이날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컨소시엄을 대상으로 2일 재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흥건설은 당초 경쟁사인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해 2조3000억원의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막상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자 인수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DS네트워크가 제시한 가격은 1조8000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높은 인수 가격에 부담을 갖고 있는 중흥건설을 배려해 재입찰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인수 자체를 포기하지 않도록, 재입찰을 통해 가격 조정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재입찰이 결정됨에 따라,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는 2일 오후 새 입찰가를 적어 내야 한다. 새로운 가격을 적어 내지 않는다면 최초에 제시했던 값으로 입찰이 이뤄지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DS네트웍스컨소시엄 입장에서는 굳이 가격을 조정해 재입찰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중흥건설에서는 당초 제시했던 가격보다 낮은 값으로 재입찰에 도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중흥S-클래스 센트럴 조감도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흥건설이 원래 제시했던 입찰 가격 2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우증권의 주당 가격은 1만1000원”이라며 “재입찰을 거쳐 가격이 하향 조정된다면, 대우건설 주식 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우건설 주가는 매각으로 인한 호재의 소멸, 인수자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이미 하락한 상태다. 지난달 2일 954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 주관사로 산업은행 M&A컨설팅실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선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반락하기 시작했다. 이달 1일에는 7880원까지 떨어지며 8000원선을 내준 상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17년 대우건설이 매각을 추진하던 초창기에는 사우디 아람코와 아부다비 투자청 등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주가가 급등했으나, 중흥건설이나 DS네트웍스는 그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인수 주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증권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매각 재입찰이 주가의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입찰을 한다고 해도 인수 후보는 여전히 같으므로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 업계 관계자도 “인수 주체에 대한 실망감과 매각 과정의 잡음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