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새 없이 미국에서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기를 감지할 수 있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있을 발표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건 미국 기준으로 오는 7월 2일에 공개되는 6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다. 지난번 큰 이벤트였던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나온 지 약 보름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틀어졌던 경기를 가파르게 정상화하려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움직임은 시장에서 조기 긴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금 온통 연준의 긴축 시점과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 연준이 어떤 긴축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투자해야 하는 자산이 뒤바뀌는 탓이다.
대체로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 위험자산이, 긴축을 시작해 돈을 조이면 안전자산이 각광받는다. 경기가 정상화되면 역설적이게도 주식 시장에서는 투자자에게 충격이 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연준이 코로나19 때 풀었던 자금을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물가'고 또 하나는 '고용'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물가 기준은 어느 정도 만족이 됐다고 판단해 고용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고용 회복이 눈에 띄게 일어나면 연준의 긴축 시기도 빨라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6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농업 고용지수는 미국 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경제 지표로, 말 그대로 농축산업을 제외한 고용인구 수 변화를 측정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소비재·건설·제조기업의 고용 상태를 나타내므로 경제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경제 지표 중 하나다.
앞서 지난 4일 발표됐던 미 5월 비농업 고용보고서 결과는 투자자들에게 한숨을 돌리게 했다. 5월 고용보고서에서 나타난 5월 신규 고용자 수가 예상보다 적게 늘어나면서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당시 미 노동부는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신규 고용)이 55만9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67만1000명 증가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지난 4월 고용지표 부진에 이어 5월 고용지표까지 부진했던 상황이라 당시 테이퍼링 우려는 잦아들고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4·5월과는 다르게 확실히 고용 지표가 개선된다는 쪽으로 시장의 전망이 쏠려 있다. 부진했던 이전 고용 지표와는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월가에서는 6월 비농업 고용보고서 결과가 68만3000명에서 7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었고 그간 실업자에게 줬던 현금 보너스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이 지배적이자 증권가에서는 7월 2일 발표되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기점으로 시장의 색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16일 발표된 6월 FOMC 결과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 이번 비농업 고용보고서 결과까지 고용 호조를 보여주면 테이퍼링 논의가 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6월 비농업 고용지표 발표를 기점으로 시장 색깔이 성장주에서 경기민감주로 완전히 바뀔 수 있다"며 "고용지표 호조 시 금리 상승과 더불어 최근까지 신고가를 경신했던 나스닥시장이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올드 이코노미(철강·조선 등)' 랠리가 올 가능성이 크다"며 "철강·화학주 등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달 초에 발표된 5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처럼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게 된다면 큰 색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처럼 성장주가 달리는 시장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내려가고 나스닥 위주로 랠리가 이뤄지면서 올드 이코노미는 시들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