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친구들을 따라 주식 투자에 입문한 대학생 박지윤(가명, 25)씨는 요즘 '알짜 비상장주'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박씨는 '상장까지 1년도 안 남았는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비상장 주식'을 찾고 있다.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주식에 투자하되, 1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다는 것이다.
박씨가 생각하는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종목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상장을 약 1년 앞둔 기업이라면,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 만큼 성장한 회사일 확률이 높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더라도 가격이 저렴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기관의 투자금이 대거 투입돼 밸류에이션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 개인 투자자가 낮은 가격에 매수해 수익을 낸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울 수 있다.
박씨와 같은 개미들이 값싼 비상장주를 찾아 헤매는 것은 공모주에 대한 뜨거운 투자 열기와 관련 있다. 청약을 하더라도 배정받기 어려운 인기 공모주들을 보며, 청약 시장에 뛰어드느니 차라리 장외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을 사자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상장이 임박한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은 유통 물량도 많지 않은 데다 주당 가격이 이미 희망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돼 투자 매력이 크지 않으니, 아직 상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않은 장외 주식들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상장까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밸류에이션까지 매력적인 비상장사를 찾기는 어려우나, 상장 가능성이 큰 종목에 조기 투자하는 방법은 있다. 가장 분명한 방법은 증권사와 상장 주관 계약만 맺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시작하지 않은 회사를 찾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상 기업은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기 2개월 전까지만 주관사를 선정해야 하나, 실제로 두 달 전 급하게 주관 계약을 체결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당장 상장할 계획이 없더라도 수년 후를 기약하며 미리 주관사부터 찾아두는 회사가 훨씬 많다. 이런 기업들은 '조만간'이 아니더라도 상장할 계획을 확실히 갖고 있기 때문에 미리 주식을 사 두면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비상장사가 투자를 어느 단계까지 유치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투자 단계는 보통 씨드(seed), 시리즈A~E단계와 프리(pre)IPO 등으로 나뉜다. 라운드마다 기관 투자자들이 회사의 기업 가치를 일정 수준으로 책정해 지분을 사들이는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기업 가치도 높아지며 기관의 투자금 회수 필요성도 커진다. 씨드 단계의 초기 투자만 받은 회사는 이른 시일 안에 상장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나, 시리즈D 이상의 투자까지 유치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 투자자가 비상장 주식을 사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수억 원의 투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면, 38커뮤니케이션 같은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플랫폼에는 소위 '큰손'들의 매물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한 번에 수천주에서 수만주씩 사고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나무에서 운영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38커뮤니케이션에 비해 적은 양의 주식 매매가 많이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 1~10주만 살 수도 있다. 다만 매매 주식 수가 적으면 주당 가격이 더 높은 경우가 많으며, 안전거래를 이용할 경우 거래 금액의 1%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K-OTC도 비상장 주식을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제도권 주식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는 만큼,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매매하듯 증권사를 통해 안전하게 사고팔 수 있다. 소액주주일 경우 주식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거래량이 워낙 적어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비상장 주식을 공동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엔젤리그'도 있다.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금을 모아 클럽딜을 하듯, 개미들도 소액의 자금을 모아서 투자할 수 있다. 회원 중 약 70%가 20~30대이며, 야놀자와 컬리·쏘카·무신사·두나무 등 인기 있는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