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관심사 중 하나는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의 시가총액 순위 다툼이다. 3위 자리를 놓고 거대 플랫폼 기업인 양 사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증권 등을 앞세워 기존 인터넷플랫폼 영역을 넘어 금융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며 그동안 네이버가 꿰차고 있던 시총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는 시총 68조5871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3위를, 네이버는 67조3480억원으로 시총 4위를 기록했다.
시총 순위 4위로 밀린 네이버는 지난 22일에는 대형 인수·합병(M&A)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신세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신세계와 손을 잡아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할 경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분야의 독과점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총 순위에서 밀리고 대형 M&A건에서도 발을 뺀 네이버는 이제 카카오를 영영 넘어설 수 없게 된 것일까. 아직 답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네이버 주가와 관련해 3분기(7~9월)를 주목하고 있다. 3분기에는 네이버의 핵심 사업 분야인 네이버 쇼핑과 신세계의 협업이 강화되기 때문에 네이버 쇼핑이 더욱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3분기부터 시작되는 네이버 쇼핑의 이마트 장보기 서비스다. 네이버 쇼핑의 장보기는 온라인 상에서 전국 마트와 전통‧재래시장의 상품들을 구입해 배달까지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 3분기에는 지금까지 장보기에서 제외됐었던 이마트까지 네이버로 장보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3분기에 이마트의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이마트측과 함께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보기는 전국 105곳의 전통시장과 홈플러스, 친환경 유기농 매장인 '초록마을' 등과 이미 서비스를 제휴 중이다.
교보증권은 올해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예상했는데 네이버가 19.2%로 쿠팡(19.1%)을 0.1%포인트(P)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봤다. 카카오(3.5%)와의 시장 점유율은 5배 이상이다. 네이버의 이마트 장보기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네이버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이다.
네이버와 이마트의 협력 강화가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이 음식료품과 음식서비스 등 신선식품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쿠팡 등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업체가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구조다. 쿠팡도 빠른 배달서비스를 발판 삼아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네이버가 신선식품의 최대 공급처 중 한 곳인 이마트와 제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커머스 시장을 좀 더 살펴보면 교보증권이 추정한 국내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328조1000억원이다. 이중 일반소비재 126조7000억원(38.6%)을 제외한 188조7000억원(57.5%)이 음식료품과 음식서비스다. 네이버가 전국 160개 대형마트를 보유한 유통 공룡 이마트와 손을 잡는 것을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네이버와 관련해 주목할 또 다른 이벤트는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함께 경기도 지역에 구축하고 있는 풀필먼트 센터다. 풀필먼트는 결제부터 배송까지 이어지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물류센터를 말한다. 네이버는 지난 20일 군포에 e풀필먼트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8월에는 용인에 저온상태를 유지해야하는 신선식품을 위한 풀필먼트를 가동할 계획이다.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1곳씩의 풀필먼트를 추가하겠다는 게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방침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쇼핑의 판매 상품 종류는 쿠팡에 비해 훨씬 많지만 배송이 느리다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풀필먼트를 계속 확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네이버의 풀필먼트 확충으로 신선식품 배송 거래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면 이런 효과는 내년 네이버 실적부터는 반영될 수도 있다"고 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등 초대형 금융계열사에 대해 상장을 추진하면서 금융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면 네이버는 쇼핑의 경쟁력을 확충해 쿠팡을 제압하고 한국의 아마존이 되려는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네이버가 다시 카카오를 제압하고 시총 3위에 올라설 수 있을까? 카카오는 어렵게 차지한 3위를 수성할 수 있을까? 네이버와 카카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