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3000선 부근과 3500대 사이를 오가며 등락할 전망이다. 경기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며 기업들의 이익이 대폭 증가해,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하반기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는 주가지수의 하방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 하반기 테이퍼링을 발표하거나 본격적으로 논의한 후 내년부터 자산 매입 축소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 코스피지수, 최고 3700 전망··· "경기 부양책과 골디락스가 호재"
조선비즈는 국내 13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올 하반기 증시 전망을 조사했다. 그 결과 12개 증권사가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예상 범위(밴드)를 제시했다. 이들 증권사가 제시한 밴드 하단 평균치는 2994였으며, 밴드 상단의 평균치는 3532였다.
밴드 상단 기준으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투는 하반기 중 코스피지수가 3000~3700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를 3700포인트 근거로 제시했다.
그다음으로 높은 밴드 상단을 제시한 증권사는 대신증권이다. 정연우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하반기 중 최고 363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278원에 2021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치인 13.04배를 곱했다.
KB증권과 현대차증권도 밴드 상단을 비교적 높게 제시했다. 둘 다 코스피지수가 하반기 중 36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골디락스(물가가 상승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고성장하는 것)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밴드 하단도 3200으로 12개 증권사 중 가장 높게 제시해, 상승장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내비쳤다.
반면 IBK투자증권은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밴드 상단은 3300으로, 하단은 2800으로 예상했다. 상단과 하단 모두 12개 증권사 중 가장 낮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기업들의 이익 합산이 전년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여기에 PER 13배를 적용해 밴드 상단을 제시했다. 밴드 하단은 PER 11배를 적용했다.
그 외 증권사들은 대부분 밴드 상단을 3500으로 제시했으며, 밴드 하단 전망치는 3000이 가장 많았다. 밴드 상단을 3500으로 전망한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경기의 확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이익 합계가 150조원을 넘을 것"이라며 "단,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며 증시의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 연준 테이퍼링이 가장 중요한 변수"… 이르면 올 8~9월 결정
많은 증권사는 미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자,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중앙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긴축에 나설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꾸준히 나타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지난달 정점을 찍었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한 전망치(4.7%)를 웃돌았으며, 2008년 8월(5.3%) 이후 약 13년 만에 전년 대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올해 하반기 중 테이퍼링을 공식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4일부터 10일(현지 시각)까지 월가 이코노미스트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33%가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 시점을 올해 9월로 예상했다. 오는 8월 잭슨홀 회의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연준이 올해 중 테이퍼링을 발표하거나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증권사 13곳 중 7곳의 리서치센터가 8월 잭슨홀 컨퍼런스 또는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이 결정되거나 언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테이퍼링의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빠르면 올 연말부터 시행될 수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한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2023년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8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서 2023년 상반기나 하반기 중 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점쳤다. 2022년 하반기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는 1명이었으며, 2명은 2024년에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 "3분기 기점으로 경기민감주보다는 성장주가 다시 증시 주도할 것"
테이퍼링과 긴축에 대한 우려가 투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경기민감주보다는 성장주가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13곳 중 10곳의 리서치센터가 하반기 성장주의 반등을 점쳤다. 3분기까지는 경기민감주가 우위를 보이겠지만, 9월 테이퍼링이 논의되거나 결정되고 나면 악재가 소멸해 성장주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상 경기가 회복하는 시기에는 화학, 정유, 자동차 등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이지만,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대체로 높은 성장주는 상대적 약세를 띠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술주 등 성장주는 지난 한 해 전 세계 증시의 상승을 주도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물가 급등으로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주가가 다소 조정을 받은 상태다.
정연우 센터장은 "하반기에 들어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고 금리가 하향 안정되면, 성장주가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기 소비재와 금융 업종의 주가 상승률이 높겠지만, 4분기 중 테이퍼링 신호가 나오면 이를 기점으로 구조적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전지, 신재생 에너지, 소프트웨어 업종 등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 :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석현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이상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