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릴 만한 종목 찾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테슬라처럼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에 테슬라를 합성해 ‘O슬라'라고 부르는 식이다.

두슬라(두산중공업+테슬라), 흠슬라(HMM(011200)+테슬라)가 뜨더니 최근에는 카슬라(카카오(035720)+테슬라)가 화두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보다 4000원(2.58%) 오른 1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장 중 한때 15만950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카카오는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하루(16일)만 빼고 9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25% 수준으로, 유가증권 시장에서 26번째로 많이 오른 종목으로 꼽혔다.

카카오 제공

특히 카카오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NAVER(035420)(네이버)를 꺾고 코스피 3위로 올라섰다. 전날 기준 카카오 시총은 68조80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네이버(65조2126억원) 시총을 약 3조5965억원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2위인 SK하이닉스(000660) 시총은 88조8163억원 규모다.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서는 “카카오는 항상 오늘이 최저가” “카카오는 떨어지면 무조건 매수해야 한다” “여기가 신규 가상화폐 상장한 곳 맞느냐” “갓카오, 제2의 테슬라” 등의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카카오가 ‘카슬라’로 불린다.

투자자들이 카카오를 테슬라에 빗대는 이유는 기대 수익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상징하는 종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 해 동안 743%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도 카카오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016360)은 목표가를 기존 15만7000원에서 20만원으로 약 27.4% 올려 잡았다. 하나금융투자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각각 19만원, 18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기업 가치 상승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카카오 이전에는 두산중공업과 HMM이 인기였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7일까지 1일과 8일을 빼면 1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160%를 넘었다. HMM의 경우 지난달 20~27일 동안 약 18% 올랐다. 25일에는 종가 기준 최고가인 5만600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개 중에서 카카오(3위), 두산중공업(5위), HMM(8위)이 순서대로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개인은 카카오 주식을 4284억원어치 사들였다. 두산중공업과 HMM은 각각 2012억원, 1712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주가 상승률에 의존해 투자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작년에는 코로나라는 예외적인 변수로 주식시장이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올해 시장이 점차 정상화되는 과정에도 투자자들 눈높이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에 처음 주식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 상당수가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경험을 하면서 기대 수익률이 과도하게 높아져 있다”며 “카카오를 비롯해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의 성장 잠재력을 부인하진 않지만, 가격에 대한 재평가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많이 회자되는 종목들에도 테마주 주가를 끌어올리는 투기성 수요가 일정 부분 섞여 있다”며 “테슬라도 고점에 도달하고서 조정 시기에 접어든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이런 종목들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주식을 포함해 돈이 되는 시장에 투자자가 몰려드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기본적인 노동 소득만으로는 자산을 증식시킬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 같은 시장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