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탈(脫)석탄’ 선언을 한 국민연금이 최근 한 달간 한국전력(015760)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석탄 화력 발전 비중이 45%가 넘는 만큼, 국민연금의 이 같은 선택은 탈석탄 투자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최근 한 달 동안 한국전력 주식을 870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는 4304억원어치를 팔았으나, 이후 순매수로 돌아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앞서 지난달 28일 2021년도 제6차 회의를 열고 탈석탄 운용 정책을 발표했다.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탈석탄 선언을 시작으로 우선 국내·외 석탄 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으며, 향후 단계별 실행 방안을 수립해 이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한국전력이 탈석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한국전력의 지분 7%를 보유한 ‘큰손’인데, 향후 석탄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면 필연적으로 한국전력 주식 보유 비중을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서 지난달 발간한 ’2020년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 자회사들의 발전 전력량 3억9452만 메가와트시(MWh) 중 1억7880만 MWh가 무연탄·유연탄을 이용한 발전 전력이었다. 석탄 화력이 전체 발전량의 45.3%를 차지한 것이다.
탈석탄 선언에도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늘린 데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향후 기업들이 석탄 관련 사업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또 석탄 산업의 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며 “계획의 수립과 이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한국전력 외에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352820) 주식을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간 하이브 주식을 총 1529억원 순매수했다. 하이브는 BTS의 일본 활동 재개와 신곡 ‘버터’의 4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 등 여러 호재가 맞물리며 주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25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현재는 33만원을 넘은 상태다.
국민연금은 그 외에도 2차전지 관련 기업인 SKIET, 두산퓨얼셀(336260)과 바이오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SK바이오팜(32603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주식을 많이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