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전기차였다. 자동차의 내연기관이 전기로 대체된다는 것은 '산업 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큰 변화이며,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전기차의 진화와 더불어 자율주행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자율주행 시장은 테슬라와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이 선점했음에도,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완성차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벤처나 스타트업도 다수 진출한 상태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에서도 최근 글로벌 금융 투자 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오로라(Aurora)다. 오로라는 구글에서 자율주행 사업을 초창기부터 이끌었던 크리스 엄슨과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자였던 스털링 앤더슨이 2017년 창업한 회사로, 볼보와 손 잡고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 중이다. 2019년에 이미 2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고 아마존과 세콰이어캐피탈 등으로부터 약 6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지난 해 12월에는 우버의 자율주행 사업부를 약 4350억원에 인수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의 경영진과 탄탄한 자금력을 보유한 오로라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해 미국 증시에 우회상장한다는 소식이 연일 화제다. 최근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오로라는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 등이 설립한 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 22조원을 인정 받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외신은 보도했다.
오로라의 우회상장은 단지 개별 기업의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미국 증시에서는 스팩주에 대한 투자 광풍이 불었는데, 올 들어 성장주가 조정 받자 동반 급락했다. 신규 상장 스팩도 급감했다. 올해 3월 한 달 간 미국 증시에 새로 상장한 스팩은 109개였는데, 4월에는 10개로 줄었다. 이 때문에 미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오로라의 합병상장이 사그라든 스팩의 인기를 다시 한 번 부활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로라의 합병상장은 국내 증시에 상장한 스팩들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국내 스팩주들은 최근 동반 급등락하며 '폭탄돌리기(주가가 낮은 종목을 집중 매수해 가격의 급등을 유도한 후 단기간에 차익을 실현하는 것)'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올해 연초에는 미국 스팩주의 인기의 영향으로 국내 스팩주도 큰 인기를 끌며 공모주 시장을 이끌기도 했다. 올 초 국내 스팩주의 경쟁률은 200대 1을 넘는 경우도 많았는데 보통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던 스팩주 공모의 경쟁률과 견주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오로라 뿐 아니라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 미국 전기차 회사 루시드모터스 등의 스팩 합병 상장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면, 미국 스팩주에 대한 투자 열기는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팩주에도 자연스럽게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을 휩쓸고 간 '묻지마' 투자가 아닌, 스팩 본연의 가치에 주목한 투자가 각광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