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코로나 시기에 수혜를 입었던 산업이나 기업의 주가가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외 코로나 수혜주에 대한 조정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조선DB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300정보기술은 지난 3개월 간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지수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SK하이닉스(000660), 삼성SDI(006400), LG디스플레이(034220) 등 대표적인 기술주를 담고 있는 이 지수는 올해 3월 15일부터 이날까지 약 4.4% 하락했다.

최근까지도 기술주 주가는 박스권(주가가 일정한 폭에서만 등락을 반복)에 갇혀있었다. 지난해 코로나 속에서 급등한 이들 주가는 경제 지표가 좋게 나오거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며 주춤하는 모양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IT 대형주들의 주가가 지난 1월 이후 4개월째 조정받고 있다"며 "2분기 사이클 고점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따른 금리 상승 부담이 동시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적 전망은 꾸준히 상향되고 있는 만큼 주가가 머지않아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주인 테슬라는 600달러대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테슬라 종가 610달러는 지난 1월 26일 기록한 최고점(883.09달러)과 비교하면 3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11일 KB증권은 미국 게임 산업에 대해 팬데믹에 잘 버텼지만, 이제는 쉬어갈 때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상황이 게임주 주가에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이익 성장률 대비 주가가 높게 반영돼 있어, 시장보다 높은 초과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게임 산업 전체에 투자하기보다 신작 게임 출시 계획을 반영하고 있는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보건소 의료진들이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한 해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기대감 등으로 빛을 봤던 바이오주도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KRX300헬스케어는 지난 3개월 동안 2.78% 하락했다. 여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 3형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이 포함돼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을 이끌어온 코로나 관련 주도주가 휴식기에 접어들었다"며 "일상생활로 복귀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부터는 팬데믹의 부정적 타격이 있었던 섹터 회복을 기대해 투자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는 전략이 필요하겠다"고 설명했다.

증권주도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반대로 증시가 횡보하자 주가도 충분히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KRX증권지수는 지난 11일까지 한 달 만에 7% 이상 하락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주 주가는 하반기 증시가 횡보하면서 하락할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갑작스럽게 인상하진 않겠지만,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유동성을 회수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업은 유동성이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되는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기에 되려 수혜를 입은 종목들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당분간은 개별 호재가 있는 기업들을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81포인트(0.09%) 오른 3252.13에 거래를 마치면서, 일주일 만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미국과 중국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등락을 반복해온 지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