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중국 본토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고객정보 데이터를 여기에 저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테슬라가 중국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공식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정보관리의 권한을 모두 갖겠다는 의지에 굴복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은 2017년 6월부터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법은 중국에서 수집한 모든 고객 정보는 중국 현지에 보존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 법에 따라 애플도 중국 구이저우(貴州)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후 지난달 30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데이터센터의 고객데이터의 법적 소유권은 중국 정부 소유의 구이저우 클라우드 빅데이터(GCBD)라는 기업이 갖는다. 뉴욕타임스는 팀 쿡 애플 CEO가 중국 당국의 데이터 검열 요구에 굴복했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정치적 이유와 정보 통제의 목적으로 자국 내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글로벌 기업들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의 설립은 정치적 함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게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신한금융투자가 반도체 산업과 관련이 있는 전방산업이 반도체 기업의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지 분석한 결과는 보면 데이터센터 등 ICT인프라 글로벌 반도체 매출의 25%를 좌우하는 것으로 나왔다. 반도체 기업 매출의 4분의 1가량이 데이터센터 등 ICT인프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9%), 가전(10%), PC·노트북(19%) 등의 전방산업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모바일(스마트폰)이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6%)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수요와 관련 상반기 서버 출하량이 854만대로 지난해보다 2%감소할 것이지만 3분기부터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늘면서 하반기에는 서버 출하량이 전년보다 10%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분기별로 나눠보면 3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17% 서버 출하량이 늘고 4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3%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면서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데이터센터 설립에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디램 등 이런 기업들이 생산하는 주요 반도체들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시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이 출시하겠다고 밝힌 'SAPEON(사피온) X220'은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저전력으로 실행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이 반도체를 사용하면 데이터센터에 GPU를 사용할 때보다 연산 속도와 데이터 처리 용량이 1.5배 빨라진다고 SK텔레콤은 밝혔다. 가격도 GPU의 절반 수준이고 전력 사용량은 80%정도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 역시 데이터센터 시장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정보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PM9A3 E1.S을 양산해 페이스북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전력 효율이 좋고 탄소 배출이 적어 데이터센터용으로 사용하기 적합한 저장장치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데이터로 먹고 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이런 상황과 맞물려 중국처럼 데이터를 통제하려는 각국 정부의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 모두 실시간으로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데이터들이 교환되고 축척되고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그리고 이런 막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든 아니면 세계 어떤 곳이든 데이터센터를 계속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됐다.
스마트폰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데이터센터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하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