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경기 회복세는 지속시키면서 금융 불균형의 누적은 방지해야하는,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지만 늦지도 않아야 하는 어려움에 놓여있다"며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전개 상황, 경제 회복 흐름, 속도, 강도 등을 지켜보면서 적절히 통화정책을 전개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0.5%. 0%에 가까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풀렸다. 투자 활성화로 자산 가격이 올랐지만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다시 내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미국도 2022~2023년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투자자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으로, 고점을 달려나가는 증시가 한풀 꺾일 거라는 관측이 우세적이다.
과거에는 현재의 우려와 반대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코스피지수도 덩달아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기준금리의 지표가 되는 미국 기준금리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는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금리 하락기는 경기 불황으로 지수도 같이 하락하고, 금리 인상기는 경기 활황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추세였다.
최근 20여년 동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기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구간인 1999년 6월 30일부터 한 달 동안 지수가 8.05% 올랐다. 연말까지는 14.55%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 번째 구간엔 2004년 6월 29일부터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5.23% 하락했으나, 반등하면서 그해 말까지 16.21% 상승했다. 세 번째 구간인 2015년 12월 16일엔 한 달 동안 지수가 2.80% 하락했으나, 이듬해까지 27.65%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통화당국이 막상 금리 인상을 발표한 이후엔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가 상승하리란 관측도 있다. 악재가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이 새로운 소재에 반응하는 덕분이다. 오랜 기간 증권사 영업점에서 일했던 한 전문가는 "금리는 경기 활황기에 인상되므로, 금리 인상은 경기 정상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금리 인상 이후엔 경기 정상화에 대한 반응으로 증시가 호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기준금리와 지수의 양의 상관관계가 약해졌기에 안심하긴 어렵다. 2009년 0%에 가까운 기준 금리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활성화했던 시기 코스피지수도 함께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리가 대폭 낮아진 상황에서 코스피지수가 신고점을 기록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기와 유동성이 있는데 최근엔 후자의 영향이 커졌다"면서 "금리 인상 이후 시장이 안정되리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