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반작용인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런 금값 상승 추세가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 달러 강세가 금값 상승을 제어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금값이 하락하더라도 온스당 1600달러선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금 1g당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20원(0.03%) 하락한 6만8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금값은 지난 3월 2일(종가 6만3050원)과 견주면 3개월 동안 5220원(8.2%) 상승했다. 지난 1월 6일 기록한 연고점인 6만9230원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국제 금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물 금 선물은 전날보다 6.8달러(0.4%) 상승한 온스당 1905.30달러(한화 약 210만8404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국제 금값은 8% 가까이 급등했다.
최근 금값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면서 상승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다. 전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주춤하기 시작하자, 투자자들 관심이 금으로 옮겨간 것도 있다.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금값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금값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지부진하던 금 가격이 4월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며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3월 이후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며 금값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반면, 달러 약세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당장은 금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장기적인 상승폭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회복 흐름에 따른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달러도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금 가격은 약세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며 "긴축 기조를 반영한 실질금리 정상화는 인플레이션 헤지를 저해하는 악재"라고 설명했다.
전규연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요가 암호화폐로 분산된다면, 금리 상승에 지금보다 심하게 연동될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경기가 양호한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달러 강세가 금값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리스크가 주기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아예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금 가격이 국제 시세 기준으로 온스당 1600달러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반기 금 가격은 1600~1950달러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