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주식 시장에서 '증권사 연구원(애널리스트) 리포트(보고서)'는 예전부터 공신력 있는 투자 교본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국내외 증권사 매도·매수 리포트에 한 종목이 출렁거리기도 한다.
지난달 31일만 해도 삼성SDI가 외국계 금융사인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매도 리포트 영향으로 3.91% 하락 마감했다. LG화학은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매도 리포트 여파로 지난달 26일~27일 이틀 새 시가총액이 6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지난달 한화생명과 HMM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발표했고 이 영향으로 이 종목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 매도 리포트가 나오지만 이런 와중에도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분석 기업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여전히 '매수'만 외치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는 주가가 떨어지고 상승 동력이 없어져도 사라고만 한다" "이미 악재가 반영돼 주가가 폭락해도 '매수'를 외치거나 그제야 목표주가를 하향한다"며 비판한다. 리포트 대신 유튜브나 유사투자자문업체 등을 더 신뢰하는 사람들도 있다.
리포트가 부실기업이나 범죄에 악용된 점도 투자자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줬다. 2015년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관련 제품을 제조·판매하던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증권사들의 평가를 믿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기업분석 리포트를 작성하기 전 제3자에게 추천 종목을 미리 매수하게 하고 부당이득에 대한 금품을 받아 선행매매 문제를 일으켰던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있었다.
그런데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불신이 과하다"며 "그래도 다시 리포트를 믿어보라"고 하고 있다. 근거는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지수와 애널리스트 리포트 중 '매수(buy)' 종목군과 목표주가 상향 종목군 데이터가 위 그래프처럼 같은 흐름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리포트 관련 데이터는 에프앤가이드가 따로 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증권사가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기업과 최근 주가가 상승해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기업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지수다. 대체로 리포트에서 매수를 추천한 기업이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이에 따라 목표 주가를 상향한 것이라는 것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추정치를 올린 종목만 투자하는 퀀트펀드도 있다"면서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 분석한 한두 종목의 리포트가 침소봉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얕은 분석으로 매수·매도를 리딩하는 유튜버들이 있는데, 전문가와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는 그 분석이 틀리더라도 어느 정도 경향성이 맞느냐의 차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리포트만을 맹신해 자신의 자산을 모두 쏟아넣는 '몰빵 투자'는 금물이다. 이 관계자는 "한두 종목을 찍는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 종목을 가져간다면 충분히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활용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는 여러 분석 방법, 재무제표, 실적, 기업탐방, 업계 동향 등을 골고루 분석해 리포트를 작성하므로 투자지표로서 리스크(위험)가 적다"라며 "같은 종목이라도 여러 증권사의 리포트를 종합적으로 분석, 비교해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