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함께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인물이 있다. 지난달 17일 새로 취임한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다. 겐슬러 위원장이 취임 이후 약 한 달 동안 주식, 암호화폐를 향해 던진 경고 발언은 시장에 여러 차례 파장을 일으켰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되고, 올해 초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 시선은 항상 파월의 입에 고정돼 있었다. 연준을 대표하는 그의 말 한 마디나 어조 등에서 금리 인상을 비롯한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파월 발언에 국내외 시장은 오르내리길 반복했다. 지난 2월 말 파월이 '물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3년은 걸릴 것'이라는 발언에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3월 초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발언에 주요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파월과 함께 겐슬러 위원장의 발언이 주목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암호화폐 열풍이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이더리움 가격이 줄줄이 급등했다.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국에선 암호화폐 전문가로 통하는 겐슬러가 시장에 우호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겐슬러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 디지털화폐 이니셔티브(MIT Media Lab Digital Currency Initiative)에서 고문직을 수행했고, 학교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강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겐슬러 행보는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소 달랐다. 그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규제 가능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달 초 그는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감독할 당국의 존재가 필요하다"며 "암호화폐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주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겐슬러는 로빈후드와 같은 무료 주식 애플리케이션(앱)이 투자를 '게임'처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 앱 등을 통해 이전보다 쉽게 단기 매매에 나선 것이, 증시 과열로까지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SEC 수장의 발언은 금융당국의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그동안 암호화폐, 주식시장 외에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공매도 제도 등을 손보겠다고 밝혀온 만큼, 향후 겐슬러 영향력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야기하는지 주목해볼 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