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출구’가 미국 등에서 보이기 시작하면서 역설적으로 금융시장에는 불안감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대역병에 의한 민간 소비·투자 마비가 풀리기 시작할 때 발생할 충격이, 지난 1년 3개월가량 이뤄진 대규모 재정 지출·유동성 투입과 맞물려 경제 전체의 ‘판’을 바꿀지 모른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중앙은행 주도의 경제·금융 시스템이 높아진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상승, 그리고 노동력 부족에 의해 무너질 경우 지난 10여 년간의 투자 관행을 모두 바꿔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에 의해 촉발된 IT·바이오가 이끄는 경제 구조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 걸맞은 투자 전략을 세우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는 국면인 셈이다. 국내 대형 은행과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집단지성을 모아 함께 투자 전략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요즘 미국 경제 분위기를 요약하면 ‘과열이냐 아니냐’다. 백신 접종률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소비·고용·물가 등의 지표가 큰 폭으로 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의 강도가 논점인 셈이다. 총공급(aggregate supply)이 총수요(aggregate demand)를 못 따라가다 보니 물가 상승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이런 수요 압력이 임금 등 생산 요소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다. 생산요소 가격이 뛸 경우 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심화된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10여년간 이뤄졌던 저물가 기조가 한꺼번에 뒤집힐 수 있다. 그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의 거시경제 정책과 저물가에 기반한 국제금융시장의 장기 전망도 흔들리게 된다. 최근 들어 미국 물가 관련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다.

1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중개인들이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 보복소비+재정적자+통화정책=활활 타는 美 경제

지난 13일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 11월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전월 대비는 0.6%를 기록했다.

미국 생산자물가지수 증감률은 지난해 7월 -0.3%까지 내려갔다가 올 1월 1.7%, 2월 2.8%, 3월 4.2%로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4월 증가율은 금융정보회사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8%)를 2.4%포인트(p) 웃돈다.

미국 생산자물가지수 2021년 4월

생산자물가가 크게 뛴 이유는 코로나19가 진정 내지는 종식 경로를 밟아나가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와 투자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앤디 헐데인 영국 중앙은행(BOE)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머니에 넉넉한 돈을 가진 상태에서 소비와 사교 활동 습관이 다시 회복되니, 가계와 기업의 수요 회복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도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2016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취임하면서 ‘고압경제(high-pressure economy)’ 방식의 경제 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 통화정책을 집중해 다소 과열 양상으로 보일 정도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절인 2016년 공격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제궤도로 복귀시킨다는 고압경제 정책을 제안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와 FRB의 행보는 정확히 고압경제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지난 3월 1조9000억달러(2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예산인 미국구호법안(American Relief Act)을 통과시킨 데 이어, 10월 시작되는 2021회계연도부터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보육 지원을 위해 6조달러 규모의 예산안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회계연도 재정지출 4조4700억달러보다 30% 이상 많은 규모다.

제롬 파웰 FRB 의장은 “최대 고용과 일정 기간 2%를 완만하게 넘어서는 물가 상승률을 달성할 때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물가가 일시적으로 2% 이상 뛰더라도 이 기준을 충족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당분간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국채 금리도 뛰게 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자율인 명목금리는 실질이자율에 인플레이션까지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정 지출을 내세운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도 채권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요인이다. 대규모 재정 지출은 증세가 어렵기 때문에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또 그만큼 투자자를 더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한다. 금리가 오른 만큼 국채 가격은 하락한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닥칠 국채 ‘바겐세일’을 앞둔 투자자들은 국채 매각에 나서게 된다. 그 결과 지금의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게 되는 것이다.

◇ 국내 전문가들 “올해 美 국채 금리 1.85% 갈 것”

조선비즈는 4월 말~5월 초 전문가들을 시중은행과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금융회사는 23곳이었으며, 대개 리서치센터장 내지는 수석이코노미스트들이 응답했다.

국내 대표 금융회사 23곳이 전망한 2021~2022년 미국 경제 주요 지표.

전문가들은 올해 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8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채 금리는 올해 1월 초 0.92%에서 14일 현재 1.66%까지 올랐다. 여기서 추가로 0.19%포인트(p)가 뛸 것으로 본 것이다. 전문가 중 9명(39%)은 2~2.1%를 예상했다.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본 것이다.

국내 대표 금융회사 23곳의 2021년 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수준.

미국 성장률은 올해 6.1%, 내년에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FRB가 내놓은 전망치는 올해 6.5%, 내년 3.3%였다. 올해는 FRB 전망치보다 약간 낮고, 내년은 좀 더 높다.

내년에 4%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도 7명(30%)에 달했다. 올해는 백신 접종 상황이나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노동시장 등 변수가 많지만, 내년 미국 경제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진단을 내린 셈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는 2.4%, 내년에는 2.1%가 될 것이라는 게 평균적인 전망치였다. FRB 전망치(올해 2.4%·내년 2.0%)와 비슷한 수준이다. FRB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관련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는 2022년, 금리 인상은 2023년 전후에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 ’70년대식 인플레'… ‘꼬리 위험'에 떤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은 환영할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는 물가상승 양상은 크게 두 가지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임금 상승과 결합해 나타나는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결국 일종의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올 수 있다는 일종의 ‘꼬리 위험(가능성은 낮지만 어느 정도는 존재하고 그 결과가 치명적인 위험)’의 존재다. 꼬리 위험이 부각될 경우, 그만큼 리스크를 반영할 수밖에 없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게 된다.

두 번째는 낮은 인플레이션 기조가 뒤집히면서 국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다.

미 노동통계국은 3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 인원이 810만명으로 2000년 12월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전월 대비 59만7000명 늘어난 것이다. 반면 5월 첫째 주 신규 실업 수당 청구 건수는 47만3000건으로 전주 대비 3만4000건 줄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치(inflation expectation)가 높아질 경우 자기실현적으로 영구적인 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이상 지속될 경우, 향후 몇 년간 물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기업과 가계가 임금을 높게 받고 가격표를 고치는 등으로 대응해 결국 저물가 기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셉 가농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결국 금리 수준도 큰 폭으로 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시장

하지만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하버드대 교수)은 “현재 취업자 수는 코로나19가 없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보다 1000만명 가령 더 적다”며 “노동시장 참가율도 지난 4월 61.7%로 2020년 1월 63.4%보다 1.7%p 낮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으로 일자리는 늘고 있지만 미취업 인원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과 무관하게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변동성은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글로벌 유동성 과잉 속에서 선진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뛸 경우 대규모 자금 유출입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선진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양적 완화 조치를 당분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은행은 2013년부터 시작한 양적 완화 조치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양적 완화로 연 0.9~1.2%p 정도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양적 완화 조치가 없었다면 ‘제로 성장’을 했을 거란 의미다. 또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효과가 없었다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헤이든 브리스코 UBS자산운용 글로벌 신흥국 채권 본부장은 “신흥국에서 이자율이 가파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차라리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과 달리 신흥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주장과, 국가 간 상황에 따라 명암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란 주장이 대립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