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자꾸 파는데 나라 망한거냐"
"사흘 만에 한 달 월급이 날아갔다"
"보복소비 온다더니 여태 보복만 당했다"
지난 한 주 파랗게 질린 국내 주가 차트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잔고 수익률을 바라보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한숨 섞인 절규가 터져나왔다. 코스피지수는 11일부터 사흘 연속 계단식으로 낙폭을 키웠고, 믿었던 대장주 삼성전자는 8만원 아래로 추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었다. 올해 4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 넘었는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한동안 주춤하는가 싶던 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음으로 주목 받은 것이 대만 증시였다. 대만 가권지수는 지난 10일부터 11, 12, 13일 내내 하락했다. 특히 12일에는 하루 만에 4% 넘게 폭락했다. 대만 증시 폭락은 미국 뉴욕증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일본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대만 증시가 하락한 배경으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부정적인 수급 문제 등이 꼽힌다. 방역 강화로 내수 기업들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작년부터 레버리지 투자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야기한 변동성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인플레이션 압력에 이어 대만의 코로나 확산이 외국인의 새로운 차익실현 빌미로 작용했다"며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던 대만에서 두자릿수 확진자가 발행하면서 공장 가동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는 투자심리 위축이 대만과 국내 지수 낙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결정적으로는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 1위 기업 TSMC는 지난달 매출액이 전월대비 13.8% 감소했다고 밝혔다. TSMC의 매출 감소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믿음을 흔들었고, 이를 선반영해온 TSMC를 비롯한 기술주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13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1500원(1.88%) 내린 7만8500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약 4개월 만에 8만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11일부터 이날까지 3일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5.6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8조579억원이 감소했다.
대만 가권지수에서 TSMC가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시가총액 비중이 두 번째로 큰 혼하이정밀 비중이 2.9%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권지수를 TSMC가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외국인 매매 추이와 대만 내 외국인 매매 흐름이 거의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만 증시 반등 여부는 국내 기술주는 물론 외국인 순매도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TSMC 매출 감소는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영향을 받았을 뿐 반도체 산업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분석도 있다. TSMC의 1~4월 누적 매출액 성장률은 여전히 17%로,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TV와 PC 관련 성장률도 여전히 50%를 상회하는 만큼, 강한 수요를 뒷받침한다는 게 일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