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불안한 투자자들의 돈이 채권형 펀드에 몰리고 있다. 채권형 펀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증시 조정기에 투자 대안으로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한 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초단기 채권형 펀드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채 펀드에 투자하면 채권 금리(할인율) 상승으로 인해 평가 손실을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1년 미만의 단기물에 투자하면 금리 변동의 영향을 덜 받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 설정액 증가 상위권 채권형 펀드, 10개 중 6개는 단기채에 투자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석 달 동안 국내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총 5조602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약 25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상반된 양상이다.
특히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에 5444억원이 순유입됐으며, 'IBK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에는 5372억원이 들어왔다. '우리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과 '삼성코리아중기채권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에도 각각 2300억원, 1800억원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형 펀드가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증시 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에서 찾을 수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 1월 초 3266.23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대형주들의 주가가 조정을 받으며 3월 중 3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서도 큰 폭으로 등락하고 있다. 지난 10일 3255.90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으나 이내 하락 반전하며 3100선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천민근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최근 채권형 펀드에 돈이 많이 들어와 놀랐다"며 "증시가 더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주식형 펀드에서 차익을 실현한 후, 그 돈을 채권형 펀드에 넣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성향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특히 단기채 펀드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간 설정액 증가 폭이 컸던 국내 채권형 펀드 10개 중 6개가 단기채나 초단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단기채 펀드의 선호 현상은 국채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순 1.98%에 그쳤던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상승에 대한 우려로 17일 현재 2.1%를 웃돌며 등락하고 있다. 이 같은 국채 금리의 상승은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고, 이는 장기채 펀드에 대한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단기채 펀드는 올해 들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초단기채 펀드 31개의 평균 수익률은 0.42%였다. 같은 기간 초단기채를 제외한 일반 채권형 펀드 176개의 평균 수익률이 0.03%에 그친 것과 비교해 좋은 성적이다.
이종경 미래에셋자산운용 WM마케팅1본부 마케팅팀장은 "해외 채권형 펀드는 환율 변동에 따라 손실을 볼 위험이 있어 전체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나, 국내 단기채 펀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위험도가 낮기 때문에 대외 변수에 의한 자산시장의 조정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초단기 채권, MMF와 성격 비슷하나 수익률은 더 높아"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머니마켓펀드(MMF)에 대거 쏠리는 자금 중 일부가 채권형 펀드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MMF는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 상품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MMF의 인기는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MMF에 순유입된 자금은 총 50조원이 넘는다. 3개월간 증가한 설정액은 20조원이 넘었다.
천 팀장은 "초단기 채권은 증시 조정, 채권 금리 급등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저위험 상품이라는 점에서 MMF와 성격이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초단기 채권은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한편 수익률도 MMF보다 다소 높아 투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초단기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대체로 MMF의 수익률보다 10~20bp(1bp=0.01%포인트) 높다. 1억원을 1년 동안 넣어둔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MMF를 통해서는 60만원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으나, 초단기 채권형 펀드를 통해서는 8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천 팀장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