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판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꽤 오랫동안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이 압도적인 대장주로 꼽혔지만, 시총 2위인 이더리움 가격이 비트코인보다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 시선이 분산되는 분위기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종가는 각각 7150만5000원, 481만2000원이다.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비트코인은 약 123% 올랐고, 이더리움은 약 490% 올랐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가격이 비트코인보다 4배 가까이 뛴 셈이다.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구조나 용도는 다르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적합한 암호화폐 선택지로 꼽히는 둘 사이 비교우위를 따져볼 만하다”고 전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 더 유망한 투자수단'을 고르라는 질문에 대한 미국 암호화폐 시장 관계자들의 대답은 엇갈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특성, 용도, 가격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미국 아르고 블록체인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월은 “반드시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거라면 비트코인”이라며 “이더리움이 당장 기술과 활용도 측면에서 비트코인을 앞설지 몰라도, 비트코인의 보안과 검증된 거래내역은 보다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제이미 핀 디지털 자산플랫폼 시큐리타이즈의 대표는 “고민의 여지도 없이 비트코인을 고르겠다”며 “비트코인이 모든 사람들이 아는 유명 브랜드라면 이더리움은 신출내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더리움의 장점으로 꼽히는 디지털 플랫폼의 기능도 상용화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더리움 옹호론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더리움이 분산형 금융을 비롯해 유틸리티 토큰,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등 비트코인보다 다양한 생태계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닌 데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가격 메리트까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는 의미에서 2.0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안에 1만달러(한화 1113만50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몇 년 안에 비트코인 자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이토로의 사이먼 피터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출시 6년째에 시총 5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더리움은 6년 만에 3000억달러로 커졌다”며 “몇 년 후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시총을 제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더리움 가격은 연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10일(현지 시각) 처음으로 4000달러를 돌파한 이더리움은 이날 장 중 한때 420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