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른바 '따상(첫날 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에 성공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상장 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10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따상을 기록한 1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그 중 6개는 상장 3개월 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새내기주의 부진은 대체로 기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때문이었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대부분의 경우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돼,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 중 첫날 따상에 성공한 종목은 총 10개였다. 그 중 엘이티, 에이프로(262260), 카카오게임즈(293490), 소룩스(290690), 프리시젼바이오(335810), 석경에이티(357550) 등 6개 종목의 3개월 후 주가가 상장 첫날 종가보다 낮았다.
특히 프리시젼바이오의 경우 상장 3개월 후 주가가 1만6500원으로, 첫날 종가인 3만2500원보다 49% 낮았다. 에이프로는 첫날 따상을 기록한 후 주가가 35% 하락했으며, 카카오게임즈와 소룩스는 20% 넘게 내렸다. 석경에이티와 엘이티의 3개월 후 하락률은 10%를 넘는 수준이었다.
따상에 성공한 새내기주의 성적이 부진한 것은 올해 상장한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신규 상장주 가운데 해성티피씨와 자이언트스텝(28922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오로스테크놀로지(322310),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모비릭스(348030), 선진뷰티사이언스(086710) 등 7개 종목이(4월 21일에 상장한 해성티피씨는 집계에서 제외) 따상을 기록했는데, 이 중 5개 종목의 한 달 후 주가가 첫날 종가보다 낮았다.
그 중 모비릭스와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상장 한 달 후 주가가 첫날 종가에 비해 각각 42%, 31%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대어(大魚)'로 큰 관심을 모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한 달 후 주가가 17% 하락했다.
지난해 상장한 프리시젼바이오의 경우 상장 후 3개월간 기관이 410억원을, 기타 법인(투자 기관으로 분류되지 않는 법인)이 56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가 117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하락을 방어했으나, 기관의 매도 물량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에이프로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상장 후 3개월간 기관과 기타 법인은 총 116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244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내놓은 매물을 개인이 받아낸 셈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은 상장 직후에도 나올 수 있지만, 의무 보호예수가 해제되고 나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출회되며 주가에 타격을 주기도 한다. 기관의 보호예수 기간은 대개 1~3개월에서 6개월로 책정된다.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은 지금처럼 공모주 투자 열기가 과열된 시장에서 더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올해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32개 기업 중 29개 종목의 경쟁률이 1000대1을 넘었으며 대부분 종목의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상단 이상으로 정해졌다. 공모가가 비싸면 비상장주에 투자했던 기관 입장에서는 차익을 실현하기 더 유리해진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크고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다 보니 이익 실현도 더 많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공모 청약 경쟁률이 높은 종목들은 상장 시점에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지기 쉽다"며 "이 경우 상장 후 주가 하락 폭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증시 전문가들은 따상 성공이 반드시 해당 종목의 호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들은 공모주를 사면 무조건 2배 이상은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무분별하게 청약에 나서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단타'를 치겠다는 자세로 투자하면 본전도 못 건지고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