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미술품 가격의 순위 변동이 있었다. 빼곡한 글자 위에 사람의 얼굴 형상을 새긴 이미지 한 점이 705만달러(약 79억원)의 값을 인정 받으며, 현존하는 NFT 미술품 중 두번째로 비싼 작품이 된 것이다.

/크립토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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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지털 회화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스테이 프리’이다.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도청과 사찰을 폭로한 전직 국가안보국(NSA) 요원인데, 자신의 판결문 위에 얼굴 실루엣을 중첩한 이미지를 만들어 암호화폐에 연결했다. 이 작품은 지난달 중순 2224이더(당시 533만달러)에 팔린 후 계속 가격 순위 3위에 머물렀으나, 최근 비플(Beeple)의 ‘크로스로드’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스테이 프리'의 가격이 갑자기 오른 것은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시세 폭등 때문이다. 이더리움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자, 이 화폐로 거래된 NFT 자산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작품 가격은 6일 오후 8시 기준으로 776만달러(약 87억원)까지 오른 상태다.

이러한 자산은 현금으로 거래된 자산과는 달리 가격이 이더리움 시세에 연동된다. 이더리움 값이 급등할 때마다 NFT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3위로 내려간 ‘크로스로드’는 애초에 달러화를 기준으로 낙찰됐기 때문에(660만달러), 이더리움으로 거래된 작품에 2위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코인데스크(Coindesk)에서 2700달러대에 머물던 이더리움 가격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30% 넘게 폭등했다. 6일 장중 한때는 3545.2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NFT 시장의 급성장은 이더리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넌스의 장펑자오 CEO는 이더리움의 신고가 랠리가 NFT에 대한 투자 광풍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NFT는 이더리움 또는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다. 즉, NFT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이더리움 시장 규모를 키우고 이더리움의 상승은 역으로 NFT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스노든의 작품 뿐 아니라 네덜란드 출신 디제이(DJ) 돈디아블로가 만든 34초짜리 영상도 한 달만에 가격이 10억원 상승했다. 지난달 초 600이더에 팔렸는데, 이는 당시 기준으로 124만달러(약 14억원)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09만달러(약 23억원)로 환산된다.

2007년 1월 데이브 로스(Dave Roth)가 딸 조이(Zoe Roth)를 자신의 집 근처에서 소방관이 소방훈련을 하고 있는 현장에 데려갔다. 절묘하게 딸이 찍힌 사진을 사진사이트인 zooomr에 올렸다(맨 위). 하지만, 사진을 올린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년이 훨씬 지난 2008년 10월에 버즈피드에 스콧 램이 원본 사진을 가지고 사용자들이 직접 재미있는 내용을 써서 넣거나 다른 이미지와 합성할 수 있게하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같이 올려 큰 화제가 됐다.

이더리움의 신고가 행진 덕에 가격이 급등한 NFT는 회화 뿐이 아니다. 지난달 말, 16년 전에 촬영된 사진 한 장이 180이더리움에 낙찰됐다.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택가 화재 현장에서 묘한 미소를 짓는 소녀를 촬영한 것으로, 상기한 회화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에 연결된 NFT 파일이다. 낙찰됐을 당시 가격은 50만달러(약 5억6000만원)에 불과했으나 현재 값은 63만달러(약 7억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이더리움으로 거래된 회화·사진 등의 가치가 연일 급등하자, 디지털 파일이 아닌 실물 작품도 가상화폐로 사고 팔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업체 소더비는 오는 12일(현지 시각) 물리적 회화 작품을 경매에 부치기로 했는데, 이 때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그림 값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NFT가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은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암호화폐에 회화·동영상 등 특정 디지털 파일을 일대일로 연결해 고유성을 부여하는 기술. 특정 파일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닌다. 평범한 동전에 그림을 새겨 넣어 기념주화로 만들면 희소가치가 높아져 가격이 비싸지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