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가 나스닥 시장 기업공개(IPO)에 바짝 다가섰다. 로빈후드는 지난 3월 2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신청 서류인 S-1을 제출했는데 서류 심사 기간이 1~2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상장 승인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된다.
로빈후드는 무료 수수료로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 2013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했고 현재 사용자 수는 2300만명이다. 올해 초 공매도 대상이 된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의 주가 하락을 막겠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로빈후드를 이용해 게임스톱을 매수하면서 로빈후드도 명성을 얻었다.
로빈후드는 IPO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도 참여할 방안을 SEC 등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PO는 기관투자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데 이를 바꿔 개인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IPO를 민주화(democratize)하는 시도'라고 언급했다. 로빈후드는 다른 기업들의 IPO 과정에서도 개인투자자 몫의 공모주를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첫 번째 시도는 로빈후드 자사의 IPO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관행을 깨고 IPO 단계에서부터 개인투자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IPO는 쏠쏠한 수익을 볼 수 있는 거래 수단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카카오게임즈(293490), SK바이오팜(32603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도 IPO후 거래 첫날 가격이 급등하며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봤다.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로 형성한 후 상한가를 기록) 등 신조어가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첫날 평균 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IPO 민주화와 개인투자자의 투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명성을 얻은 로빈후드지만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너무 많은 개인투자자가 비합리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소위 '단타'매매에 집착하도록 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된 논거다. "로빈후드의 부상은 지난 1년간 증시를 카지노로 만드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지난 1일 발언은 이런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다.
고객 데이터의 부적절한 활용도 로빈후드를 비판하는 이유로 꼽힌다. 앞서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고객 정보를 무단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연방거래위원회(FTC)는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일본의 메신저 라인도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는 논란이 발생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빈후드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PFOF)"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투자자 정보를 외부에 팔아 이익을 본다는 얘기다.
로빈후드가 정말 미국 증시를 카지노로 만들었고 투자자 정보를 팔아 이익을 봤을까. 아니면 IPO 민주화를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일까. 어쩌면 두 역할을 모두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로빈후드가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기존 미국 자본시장의 룰을 조금씩 변화하게 만들려고 시도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자본시장도 기존의 방식만을 그대로 답습하고 기존의 관행만 옳다고 주장하는 플레이어들끼리 계속 게임이 진행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냉정한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로빈후드의 기업가치(시가총액)를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로빈후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기업들의 IPO에 참여해 공모주를 받을 날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