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3월 8일 15시 0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스위스 국적의 글로벌 승강기 제조업체 쉰들러홀딩아게(Schindler Holding AG, 이하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0.01%도 안 되는 소량만 남겨놓고 거의 다 처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마무리한 셈이다.
자본시장과 법조계에서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전량 매각하지 않고 극소량만 쥐고 있는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2000억원 규모 주주대표소송을 꼽는다. 주주대표소송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을 뿐, 경제적 의미는 사라졌다는 해석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쉰들러는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지속적인 장내 매도 및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처분해 보유 지분율이 0.01%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지분율을 4%대로 낮춘 데 이어, 잔여 주식마저 거의 다 매각한 것이다.
쉰들러가 자투리 지분만 남겨둔 핵심 배경은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과 진행 중인 거액의 주주대표소송에 있다. 쉰들러는 지난 2020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과 이사회가 물류사업부 양도 등의 방식으로 현정은 회장 가족 회사에 혜택을 몰아주고 현대엘리베이터에 대규모 손실을 끼쳤다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2000억원 규모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오는 11일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으나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1심 재판의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1주 이상 갖고 있어야만 주주대표소송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상법 제542조의6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전부터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1(0.0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적법하게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는 보유 주식 수가 제소 요건에 미달하더라도 소송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주식을 전량 매각해 주주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할 경우에는 원고 적격을 잃어 소송이 각하된다. 즉 쉰들러 입장에서는 주식을 단 1주라도 들고 있으면 기존에 제기한 2000억원대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을 0.01% 미만으로 낮췄다는 것은 경영 참여나 배당 수익 등 주주로서의 역할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의미"라며 "오직 이사진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경영진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소송용 알박기 지분'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쉰들러는 현재 한국 시장에서 사업적으로 완전히 철수한 상태다. 지난해 말 한국 내 승강기 제조 및 유지관리 사업을 글로벌 경쟁사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에 넘기며 모든 영업 활동을 종료했다. 2003년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2년 만의 일이다.
쉰들러는 지난 2014년에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7000억원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1700억원 규모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쉰들러는 한때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이자 '백기사'를 자처하기도 했으나, 이후에는 파생상품 계약 손실을 명분으로 장기간 소송전을 이어갔다.
쉰들러는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금전적인 실익이 없다. 경영진의 판단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 '법인'이 손해를 봤다는 내용의 소송이라 승소할 경우 배상금은 쉰들러가 아닌 현대엘리베이터에 유입된다. 일각에서는 그만큼 쉰들러가 현 경영진에 악감정을 갖고 있어 소송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한편 쉰들러의 엑시트는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측면에서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쉰들러가 지분을 0.01% 미만으로 줄이면서, 경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말끔히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