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진단·치료제 개발·판매 기업인 피플바이오(304840)가 설 연휴 직전 유상증자 일정을 돌연 연기하며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 증자 지연의 주체가 과거에도 수차례 자금 조달 계획을 번복하며 시장 혼란을 야기했던 곳이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얼리티젠은 피플바이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난 2월 13일 40억원을 납입하기로 했으나, 설 연휴(2월 14~18일)를 앞둔 13일 장마감 이후 정정공시를 통해 3월 13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리얼리티젠 측은 현금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납입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의 납입 연기 소식에 피플바이오 주가는 설 연휴 직후인 19일 급락했다. 이날 928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장 초반 16% 이상 폭락하며 773원까지 밀렸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만회, 전 거래일 대비 57원(6.15%) 내린 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피플바이오의 재무 상태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피플바이오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자본총계 17억원, 부채 15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782%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12월 24일 피플바이오는 983억원 규모의 강남 부동산을 매입함으로써 올해 재무제표는 극적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피플바이오는 휴먼데이타로부터 627억원 채무를 승계받고, 나머지 356억원은 영구전환사채(CB) 납입대금과 상계처리했다. 즉 실제 현금을 쓰지 않고 900억원 규모 자산과 356억원 자본을 확보한 셈이다. (관련 기사 ☞ 현금 5억뿐인데 983억 빌딩 쇼핑? 피플바이오 '상폐 탈출' 꼼수 논란)
하지만 실질적인 현금 흐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6억원에 불과하며, 누적 매출액은 25억원, 영업손실은 5억7000만원이다. 매출액은 2022년 44억원, 2023년 44억원, 2024년 37억원으로 감소 추세이며, 영업손실은 117억원, 152억원, 115억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가 정상 가동되려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현금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 납입 주체가 대표이사 1인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해당 대표는 리얼리티젠뿐만 아니라 이스턴네트웍스, 휴먼데이타 등 지배하에 있는 법인들을 동원해 최근 유상증자와 CB 발행 등 피플바이오의 굵직한 자금 조달에 전방위로 참여해 왔다.
문제는 이들 법인이 등판할 때마다 빈번한 계획 변경과 공시 번복으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스턴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가 한 달 만에 철회했고, 890억원 건물 매입건 역시 건물, CB 발행 규모, CB 인수 주체가 수시로 바뀌었다. 이번 유상증자 역시 납입 당일이 되어서야 연기됐다.
이 같은 반복적인 거래 변경으로 한국거래소는 공시 번복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플바이오를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 예고했다. 최종 지정될 경우 벌점 8점 이상으로 하루 동안 매매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여기에 한 달 전 피플바이오는 50억원을 금융기관 외에서 차입한다고 공시했는데, 이자율과 기간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주주들 사이에서는 "고금리 단기 차입이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됐다.
피플바이오 측은 "3월 말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유상증자 자금 납입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 납입 연기가 앞서 진행한 CB 발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