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4일 17시 0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벤처캐피털(VC) 나우IB캐피탈과 TS인베스트먼트가 어묵 전문업체 삼진식품 투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고 나섰다. 삼진식품이 상장 공모 절차를 본격화하자, 보유 주식의 70%를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으로 확정했다. 다만 회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우IB캐피탈(나우IB(293580))과 TS인베스트먼트(246690)는 최근 삼진식품 상장 후 투자금 회수 방침을 정하고, 전체 보유 주식(246만6256주)의 70%인 172만6380주를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으로 확정했다. 남은 주식 30%의 의무보유도 1개월로 제한했다.
삼진식품 상장일 전체 보유 주식의 70%를 매도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삼진식품 상장 예정 주식 수(991만8656주)의 17%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장 1개월 후에는 보유 주식 전량이 매도 가능 물량으로 전환, 삼진식품 상장 주식의 25% 이상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나우IB캐피탈과 TS인베스트먼트는 삼진식품 지분 20.92%, 10.46%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7월 삼진식품이 진행한 15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유치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이후 최근 삼진식품이 상장을 추진하고 나서자 투자금 회수를 정했다.
삼진식품은 전날 금융위원회로 증권신고서를 제출, 코스닥시장 상장 공모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삼진식품은 지난 6월 2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상장 도전을 본격화, 지난 10월 30일 심사 승인을 획득했다. 상장 주관사는 대신증권이 맡았다.
삼진식품은 구체적으로 200만주를 신주로 모집해 총 991만8656주를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6700~7600원으로 정했다. 밴드 상단 기준 공모 예정 금액은 152억원, 시가총액은 최대 754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달 수요예측을 시작, 연내 상장을 목표했다.
삼진식품은 삼진어묵을 만드는 국내 최고(最古) 어묵업체로 꼽힌다. 창업주인 고(故) 박재덕 명예회장이 부산 봉래시장에 1953년 문을 연 삼진어묵가공소가 모태로, 72년 역사를 갖췄다. 아들 박종수 회장이 가업을 승계했고, 현재 오너 3세인 박용준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투자금 회수 지연이 나우IB캐피탈과 TS인베스트먼트의 상장일 대부분 주식의 매도 가능 물량 전환 결정으로 이어졌다. 삼진식품이 당시 2023년까지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 사실상 프리IPO(상장 전 자금 조달) 성격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이후 상장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금융시장 경색·증시 침체가 삼진식품의 상장 발목을 잡았다. 삼진식품은 2023년 상장 추진 시점 검토 단계에서 상장 추진 철회를 택했고, 나우IB캐피탈과 TS인베스트먼트는 현재까지 2년 넘게 투자금 회수 지연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나우IB캐피탈과 TS인베스트먼트는 상장일 모든 주식을 매도 가능 물량으로 돌려 가능한 한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었을 것"이라면서도 "거래소 심사 통과와 대규모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을 고려해 보유 주식 30% 의무 보유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나우IB캐피탈과 TS인베스트먼트의 투자금 회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잔치가 펼쳐진 2021년 삼진식품 기업가치를 600억원으로 책정한 탓이다. 삼진식품이 밴드 하단으로 상장할 경우 양사의 회수 가능 금액은 165억원 수준에 그친다.
투자유치 당시 삼진식품이 내놓은 프랜차이즈 확장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진식품은 어묵 제조사지만, 거래처 납품을 넘어 소비자 직판 채널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주목받았다. 2013년 봉래공장을 개조해 선보인 제과점 형태의 어묵 베이커리 '어묵1번가'가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진식품의 어묵 베이커리 가맹점 수는 지난해 2곳에 그쳤다. 2021년 5월 프랜차이즈 등록 이후 2022년 전국 7곳으로 늘기도 했지만, 1년 만인 2023년 곧장 4곳으로 감소했다. 직영점도 2곳에서 1곳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유동성 잔치 시기 FI 투자를 받은 컬리, 오아시스, 야놀자 등 대부분 기업이 몸값 눈높이에 상장을 못 하고 있다"면서 "2021년 투자 유치 당시와 비교해 그나마 조금 나은 기업가치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