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기존 완성차보다 부품이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이익이 줄어들고 사양산업이 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에도 일부 부품 기업들의 이익은 늘고 주가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요 증권회사를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긍정적 전망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다. 전기차 양산이 늘어나면 이런 기업들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할텐데 지금 주가에는 이런 성장성이 충분히 반영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현대모비스 제공

9일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회사들에 따르면 전기차 시대에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대표적 부품 기업으로는 현대모비스(012330), 성우하이텍(015750), 에스엘(005850) 등이 꼽힌다. 증권사들은 이 기업들의 현재 주가는 완성차 기업보다 밸류에이션(기업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 또 앞으로 주요 매출이 나오는 전기차 부품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

ASP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차 주요 부품들은 배터리 관리 장치인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와 BSA(Battery System Assembly), 배터리케이스, LED램프, 전기차용 센터그릴 등이다.

임은영 삼섬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BMS·BSA를 구동하기 위한 모터에서의 수주가 예상되고, 성우하이텍은 배터리케이스, 에스엘은 LED램프와 센터그릴 등에서 수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이은현

특히 임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독점적 공급 지위에 주목했다. 그는 "현대모비스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그룹 내 역할 확대에 따른 전동화와 핵심 부품 매출 성장이 긍정적 요인으로 보인다"며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BSA와 구동모터를 독점 공급하는 지위가 2025년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현대모비스(012330)의 목표주가를 기존 24만5000원에서 2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LED램프와 센터그릴 부문에서 강점이 있는 에스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박준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ED헤드램프의 침투율 확대 및 ASP 상승 △북미지역 실적 회복 등을 높게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5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상향했다. 올해 에스엘 연간 매출액은 3556억원,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8.5%, 69.6%씩 늘어날 것으로 봤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성우하이텍에 대해 "영업실적 회복으로 재무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평가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일 2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6월 24일 기록했던 52주 최고가(29만7500원)보다 8만2000원(27.5%) 낮은 수준이다. 성우하이텍의 8일 종가는 5350원으로 52주 최고가였던 지난해 6월 9일 8200원보다 2850원(34.7%) 낮다. 에스엘도 52주 최고가인 3만8250원보다 6750원(17.6%) 낮은 3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