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 대한 앙금이 남은 것일까. 브레넌 존슨(23, 토트넘)이 극적인 역전골에도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또 팬들을 향한 인사도 대충 하다 말았다.

존슨은 19일(한국시간) 영국 코번트리에서 열린 2024-2025 카라바오컵(EFL컵)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리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존슨은 전반 18분 윌손 오도베르(20)가 쓰러지자 곧바로 경기에 투입됐다. 그리고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누가 봐도 충분히 흥분할 수 있는 장면.

하지만 존슨은 골을 넣은 직후 덤덤했다. 별다른 세리머니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돌아섰다. 가장 먼저 다가온 손흥민과 두 손뼉을 마주치는 정도가 기쁨을 표시한 전부였다.

존슨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표정을 풀지 않았다. 손흥민이 어깨동무를 하며 원정 팬들 앞으로 존슨을 이끌었다. 그리고 손흥민이 등을 밀어 팬들을 향하게 했다. 팬들의 애정을 직접 느끼고 동시에 팬들도 존슨에 대한 애정을 더 표현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존슨은 박수를 치며 팬들을 향해 한 두 걸음 내딛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 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침을 뱉은 뒤 팬들을 외면한 채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존슨이 이렇듯 토트넘 팬을 외면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얼마 전 소셜 미디어(SNS) 계정 논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지난 15일 0-1로 패한 아스날과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직후 SNS 계정을 닫아 버렸다.

이유는 팬들의 선 넘은 악플 세례 때문이었다. 당시 존슨은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로 나섰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정적인 기회를 잡고도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서 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팬들은 존슨의 개인 SNS를 통해 다이렉트 메시지로 악성글을 날렸다. 존슨은 이미 전부터 팬들의 악성 댓글 때문에 댓글을 막아둔 상태였으나 다이렉트 메시지까지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팬들은 존슨 영입을 위해 4750만 파운드(약 830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했으나 존슨이 별다른 활약이 없자 혹평을 넘어 욕설을 달기 시작했다. 결국 선 넘은 악성글이 존슨의 마음을 닫게 만든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존슨은 팬들의 선 넘은 공격에 당황하고 실망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팬도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존슨을 향한 온라인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역시 존슨의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18일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팬들의 SNS 악성 댓글이 축구 선수들에게 당연한 일이 됐나'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그런 일이 당연시되는 것은 정말 싫다"고 답했다.

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가 무슨 잘못을 했나? 그저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만큼 경기를 잘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죄"라면서 "프로 선수라면 그런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성장의 일부다. 그는 아직 젊고, 앞으로도 그가 보여줄 훨씬 더 많은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슬프다. 그것이 곧 일상이 돼버렸다는 점에서 그렇다"면서 "이것은 명백한 악성 댓글이며, 상당수는 개인적인 공격이다. '아, 어쩔 수 없지, 이건 이 업계의 일부분이니까'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SNS 악성 댓글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나는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악성 메시지를 보내면 직접 맞받아친다.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비판은 수용할 수 있다. 그게 내 역할이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 비판과 검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악성 메시지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그는 "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안타깝다. 그들은 SNS에 너무 노출돼 있다. 나는 거기서 벗어날 수 있지만 젊은이들에게는 그게 그들의 일상 중 하나"라며 "그들 세계의 일부분을 닫아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다른 개인에게 악성 메시지를 보내는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다. 경기에서 실망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익명으로 악성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직접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했다면 한 대 얻어맞고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은 익명성 뒤에 숨는다. 나는 이런 상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싫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세상이 그렇다"고 한탄했다.

한편 한 토트넘 팬은 존슨의 행동에 대해 "정말 보기가 힘들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면서 "우리 팬들은 모두 존슨을 응원한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팬은 "사람들이 그에게 무슨 짓을 했나 보라. 팬들로부터 온갖 욕을 다 먹고도 축하하고 싶지 않아 한다"면서 "오늘 밤 우리를 구해줘서 고맙다"고 존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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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