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연속 준우승을 끝으로 자진 사임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사우스게이트는 거의 8년 동안 102경기를 치른 뒤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애칭)' 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했다"라고 알렸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자랑스러운 잉글랜드인으로서 잉글랜드를 위해 뛰고 감독직을 수행하는 건 내 인생의 영광이었다. 내게 모든 걸 의미했고, 난 모든 걸 바쳤다"라며 "하지만 이젠 변화와 새로운 장이 필요한 때다. 베를린에서 열린 스페인과 결승전은 잉글랜드 감독으로서 내 마지막 경기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난 2011년에 잉글랜드 축구를 발전시키기로 결심하고 FA에 가입했다. 난 8년간 대표팀 감독으로 일한 걸 포함해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훌륭한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라며 "현장 뒤에서 지난 8년간 선수들과 내게 뒤에서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직원분들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그들의 노고와 헌신은 내게 매일 영감을 줬다. 훌륭한 '팀 뒤의 팀'이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우리는 세계 최고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응원은 내게 온 세계나 다름없었다. 난 잉글랜드 팬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선수들이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국가를 연결하고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축하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는 그들이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잉글랜드,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라고 작별 인사를 마쳤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2016년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샘 앨러다이스 감독의 사임으로 갑작스레 소방수를 맡았고, 곧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지난 8년간 성적은 102경기 61승 24무 17패. 메이저 대회에서 큰 성과도 거뒀다. 잉글랜드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지도 아래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진출, 유로 2020 준우승, 유로 2024 준우승을 기록했다.

다만 아쉬움도 컸다. 잉글랜드는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도 언제나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비판받았다. 유로 2020 결승전에서는 당시 19살이던 부카요 사카를 중요한 5번 키커로 내세우다가 탈락하며 지도력을 의심받기도 했다. 이후로도 2022-2023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 강등,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탈락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번 유로 2024가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어김없이 최악의 졸전을 펼쳤고, 비교적 좋은 대진운에도 고전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해리 케인, 주드 벨링엄, 데클란 라이스, 사카 등 '황금 세대'를 하나로 묶지 못했다. 어찌저찌 선수 개인이 만들어낸 후반 막판 골로 살아남으며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전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잉글랜드는 스페인을 상대로 1-2로 패하며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했다. 유로 첫 우승의 영광도 다음으로 미루면서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세우지 못했다.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58년째 이어지고 있는 메이저 대회 무관 기록 역시 깨지 못했다.

내용이 워낙 나빴던 만큼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가 떠나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거셌다. 앨런 시어러를 비롯한 잉글랜드 전설들도 이제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물러나야 할 때라고 목소리 높였다.

결국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며 깔끔한 작별을 택했다. 잉글랜드는 2년 뒤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비해 새로운 감독을 뽑아야 하게 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후임으로는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전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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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