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더 브라위너(33, 맨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에 정통한 루디 갈레티는 4일(한국시간) "알 이티하드와 케빈 더 브라위너 사이에 구두 합의가 완료됐다. 사우디 국부 펀드(PIF) 대표단과 구단 몇몇 대표자들이 더 브라위너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라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더 브라위너의 사우디행에 남은 절차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택뿐이다. 갈레티는 해당 소식과 함께 "이제 맨시티에 달려 있다. 맨시티도 더 브라위너를 보내주는 데 열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갈레티의 주장에 따르면 알 이티하드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알 나스르도 더 브라위너 영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알 이티하드가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며칠 전 더 브라위너가 사우디 구단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빠르게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해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도 이 소식을 전했다. 골닷커은 "맨시티가 더 브라위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 오면 올여름 그를 놓아줄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알렸다.

매체는 "더 브라위너와 맨시티의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기회가 주어지면 현금화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1991년생 미드필더 더 브라위너는 어느덧 만 33세가 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는다.

더 브라위너는 지난 2015년 VfL 볼프스부르크를 떠나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뒤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FA컵 우승 2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우승 5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수집했다.

더 브라위너는 큰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시즌에도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그는 2023-2024시즌 시련을 만났다. 1라운드 번리와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했고 20라운드까지 내리 결장했다. 21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복귀한 더 브라위너는 후반 24분 교체로 출전, 투입 5분 만에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했고 후반 추가시간엔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더 브라위너는 시즌 절반 이상을 부상으로 날리고도 리그에서 4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한 실력을 선보였다. 맨시티의 리그 4연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더 브라위너다.

이제 더 브라위너와 맨시티는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타이밍. 1년 뒤인 2025년 여름이면 구단과 계약이 만료된다. 일단 맨시티는 더 브라위너와 동행을 이어가길 원한다.

당연한 선택이다. 이제 30대 중반을 앞두고 있지만, 전 세계를 뒤져봐도 더 브라위너만한 플레이 메이커는 찾기 어렵다. 그는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통산 382경기에서 102골 170도움을 기록 중이다.

맨시티엔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더 브라위너는 이미 사우디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고 직접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벨기에 'HLN'과 인터뷰에서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더 브라위너는 "내 큰아들은 이제 8살이고, 잉글랜드밖에 모른다. 또한 그는 내가 맨시티에서 얼마나 오래 뛸 것인지 묻는다. 일단 때가 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더 브라위너는 주급 40만 파운드(약 7억 원)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급여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의 '오일 머니'는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더 브라위너는 "내 나이에는 모든 것을 열어둬야 한다. 내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돈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야 할 때도 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어 그는 "사우디에서 2년을 뛰면 믿기 힘든 돈을 벌 수 있다. 난 지금까지 15년 동안 축구를 해야 했다. 아직 그 금액에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다음에는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고 전했다.

물론 더 브라위너가 지금 당장 맨시티를 떠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사우디행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브라위너는 "내 아내도 이국적인 모험이 괜찮다고 밝혔다. 우리는 가족으로서 이런 대화를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 브라위너가 떠나고 싶어 한다면 맨시티도 억지로 붙잡긴 어렵다. 1년 뒤면 그를 공짜로 놓아줘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적료를 받아내려면 이번 여름이 적기다.

가장 큰 변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거취다. 그 역시 2024-2025시즌까지 팀을 지휘한 뒤 9년 동행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과르디올라는 이미 동기부여가 떨어졌다며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맨시티로서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더 브라위너를 한 번에 떠나보내는 것만큼은 피해야 하는 시나리오다.

어찌 보면 손흥민, 토트넘과 비슷한 상황이다. 더 브라위너와 한 살 차이인 1992년생 손흥민도 토트넘과 계약을 1년 남겨둔 상황에서 사우디 무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손흥민도 30대 중반을 앞둔 나이인 만큼 사우디의 제안이 더욱 유혹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손흥민은 더 브라위너와 달리 사우디 무대로 향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해 "난 축구를 사랑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건 꿈이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여름에도 "난 항상 토트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고 그럴 것"이라며 "토트넘에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분데스리가에서부터 프리미어리그까지 경쟁을 이어온 더 브라위너와 손흥민이지만, 선수 말년의 모습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reccos23@osen.co.kr

[OSEN=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