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자유를 줬다".

해리 케인은 25일(한국시간) "내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된 것은 조세 무리뉴 감독님 덕이다"라면서 "그는 토트넘 시절 지도하면서 내가 만능 공격수가 될 수 있도록 얼려줬다. 그분 밑에서 뛰면서 더욱 발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무리뉴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2003-2004시즌 포르투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정상에 올랐고, 이후로도 첼시와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휘하며 번번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무리뉴 감독이 가장 최근에 따낸 트로피는 AS 로마와 함께 만들어낸 2021-2022시즌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UECL) 우승이다. 그 덕분에 로마는 14년 만에 무관을 탈출했을 뿐만 아니라 구단 역사상 첫 유럽대항전 우승을 일궈냈다.

이런 무리뉴 감독도 우승에 실패한 팀이 하나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토트넘. 무리뉴 감독은 2019년 11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뒤를 이어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2년 차 들어 더욱 부진한 끝에 2021년 4월 경질되고 말았다.

토트넘의 선택은 실패였다. 토트넘은 리그컵 결승을 고작 일주일 앞두고 무리뉴 감독을 해고하고 라이언 메이슨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내세웠다.

물론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과감한 승부수라고 볼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는 준우승이었다. 토트넘은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패하며 무관을 벗어나지 못했다. 손흥민과 케인 역시 아직도 커리어에서 우승 트로피가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쌓인 게 많은 무리뉴 감독. 그는 토트넘을 떠난 뒤로도 꾸준히 토트넘을 디스해 왔다. 특히 자신을 경질한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을 공공연하게 저격하곤 했다.

무리뉴 감독은 UECL 정상에 오른 뒤 토트넘을 놀렸다. 그는 첼시 출신 존 오비 미켈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트로피 진열장이 비어있는 팀이 결승전을 이틀 앞두고 날 경질했다. 내 말은...알잖아"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5월에도 "토트넘 팬들이 오해하지 않길 바라지만, 내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애착이 가지 않는 팀이 토트넘"이라며 "레비 회장 때문이다. 내가 리그컵 결승전에서 우승하지 못하게 만든 유일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로마는 결승전 직전 나를 해고하지 않았다. 이 구단은 나에게 결승전을 지도할 기회를 줬다. 토트넘은 웸블리에서 결승전을 치르기 일주일 전 나를 경질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토트넘에서 경질된 지도 3년 6개월. 꽤 시간이 흘렀지만, 무리뉴 감독은 아직도 이를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케인을 칭찬하면서도 토트넘 디스를 잊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영국 '탑스'와 인터뷰에서 "케인은 잉글랜드 대표팀과 토트넘에서 골을 넣었다. 난 그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득점할 것이란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장 곳곳에서 골을 넣지만, 이기적이지 않다. 환상적이고 완벽한 선수다. 어시스트를 하고, 깊숙이 들어가고, 플레이를 만들고, 압박하고, 수비한다"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무관도 언급했다. 무리뉴 감독은 "케인이 갖지 못한 유일한 건 트로피 획득이다. 그는 토트넘에서 내 선수였고, 난 그와 함께 우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승전 6일 전에 경질됐다"라고 강조했다.

케인은 지난해 여름 우승 트로피를 찾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지만, 아직도 무관 신세다. 11년 연속 분데스리가를 우승하던 바이에른 뮌헨도 그가 오자마자 무관을 면치 못했다. 케인은 분데스리가 36골, UCL 8골로 분데스 득점왕, 유러피언 골든슈, UCL 득점왕을 싹쓸이했으나 트로피와는 연이 없었다.

이런 무리뉴 감독의 극찬에 케인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나는 내가 항상 공을 기다리는 단순한 공격수 이상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내가 패스와 오프더 볼 능력이 뛰어난 편이기에 이를 활용해서 더욱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이 이를 실현시켜줬다"고 회상했다.

케인은 "무리뉴 감독은 나에게 자유 자재로 뛸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해줬다. 무리뉴 체제에서는 규칙이나 규율로 속박하지 않았다. 과거 정통 9번에 가깝게 뛰었지만 무리뉴 감독 덕에 자유자재로 뛰면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더 잘할 수 있었다. 무리뉴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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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