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 바쁠까. 토트넘 홋스퍼 구단보다 손흥민(32, 토트넘)이 먼저 입장을 밝혔다. 토트넘은 뒤늦게 공식 입장을 전했다.

유럽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20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는 웨스턴 맥케니(26, 유벤투스) 영입을 위한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다. 유벤투스와 아스톤 빌라의 더글러스 루이스(26, 아스톤빌라), 사무엘 일링 주니어(21, 유벤투스), 맥케니 스왑딜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라고 알렸다.

지난 19일 영국 '풋볼 인사이더'는 "토트넘은 맥케니 영입 경쟁에서 아스톤 빌라를 앞섰다. 빌라가 스왑딜 형태로 맥케니 영입에 근접한 것으로 보였으나 현재 협상이 중단됐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토트넘이 이적료 1,500만 파운드(한화 약 2,760억 원)에 합의, 맥케니의 하이재킹에 가까워졌다"라고 밝혀 맥케니 영입을 눈앞에 둔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재는 협상에서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맥케니는 박스투박스 유형의 중앙 미드필더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다. 상대 압박에 능하고 연계 플레이도 좋다는 평가다.

해리 케인이 이탈한 뒤 히샬리송 한 명으로 부족했던 토트넘은 최전방 공격수 아이반 토니도 영입에 근접한 듯했다. 토트넘 구단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와 스카이스포츠 마이클 브릿지는 이 내용을 즉각적으로 부인했다. 아직 토트넘이 토니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또 다른 공격수 세루 기라시에게도 관심을 드러냈다. 기라시는 이번 시즌 리그 28경기에 출전해 28골을 기록하며 소속팀 VfB 슈투트가르트의 돌풍을 이끈 선수다. 그러나 기라시 영입 경쟁은 치열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AC 밀란, 아스날, 첼시가 관심을 보이면서 토트넘은 다시 한 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팀 토크'는 앞서 15일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엄청난 이적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은 에데르 밀리탕, 안토니오 뤼디거, 다비드 알라바, 나초 페르난데스를 센터백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밀리탕 만이 만 30세 이하이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로메로는 미키 반 더 벤과 함께 2023-2024시즌 토트넘의 수비를 책임졌다. 또한 부주장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 로메로가 떠난다면 출혈이 크다.

영입, 선수 지키기 바쁜 토트넘엔 또 다른 큰 문제가 생겼다.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주장'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뱉은 것.

앞서 15일 우루과이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한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사실상 토트넘 주장인 손흥민 유니폼을 달란 뜻이었다. 벤탄쿠르도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 역시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아시아인 모두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논란은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고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사과문도 잡음을 피하지 못했다. 벤탄쿠르는 게시된 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사과문을 올리면서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현재 사과문은 내려간 상황이다.

벤탄쿠르는 'Sonny'를 'Sony'라고 적는 실수까지 범했다. 'Sony'는 손흥민의 애칭이 아니라 일본의 전자제품 기업 이름이다. 무엇보다 벤탄쿠르가 정말 반성했다면 자신이 인종차별적 발언에 무감각했다고 정확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단순히 '나쁜 농담'이 아닌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더 아쉬운 건 토트넘의 대응이다. 토트넘은 빗발치는 항의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타팀 팬들이 손흥민을 인종차별했을 때 빠르게 성명문을 게시하며 강경하게 나섰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대처다.

심지어 토트넘은 인종차별을 지적하는 댓글을 계속 삭제했다. 16일부터 토트넘 소셜 미디어에는 왜 댓글이 지워지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벤탄쿠르와 상관없는 게시글에도 "왜 벤탄쿠르의 인종차별과 관련된 댓글을 계속 삭제하고 있느냐?"는 댓글이 최상단에 자리했을 정도다.

팬들은 "어떻게 이 팀이 아시아 팬들을 무시할 수 있지? 충격이다", "이 팀은 아시아 팬들은 돈벌이로밖에 보지 않는구나", "우리 주장에게 존중을 보여달라. 댓글은 그만 지우시고", "마치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은 토트넘 구단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토트넘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축구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단체 '킥 잇 아웃'이 행동에 나선 것. BBC는 "해당 단체는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상다히 많은 수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킥 잇 아웃의 보고에 따르면 이 수많은 제보 내용과 항의 내용은 토트넘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라고 알렸다.

상황은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 아시아 선수가 주장인 팀이 '인종차별 클럽'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생겼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단순히 '주장'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수다.

구단 역대 통산 득점 5위, 구단 역대 통산 도움 1위라는 대단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구단 역사상 100골을 돌파한 최초의 외국인 선수, 해리 케인에 이어 구단 역사상 프리미어 리그 역대 득점 2위, 구단 역사상 8시즌 연속 프리미어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한 역대 2번째 선수다.

손흥민은 구단 올해의 선수에 3번 선정됐고 구단 공식 서포터즈가 선정하는 올해의 시상식 모든 부문을 수상한 최초의 선수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손흥민은 20일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다. 그는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린 형제 같은 사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우린 이 일을 끝냈고 우린 하나가 된 팀으로 싸우기 위해 프리시즌 다시 함께할 것"이라고 썼다.

결국 '킥 잇 아웃'과 손흥민이 구단보다 먼저 행동에 나섰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입장을 발표한 뒤 구단 공식 입장을 전했다. 토트넘은 20일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벤탄쿠르의 인터뷰 발언과 이어진 공개 사과 이후, 구단은 문제가 긍정적인 결과에 이르도록 지원하고 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구단은 "여기에는 선수들에게 다양성, 평등 등과 관련한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손흥민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고 팀이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구단의 입장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다양한, 국제적인 팬층과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구단은 우리의 영역, 나아가 더 넓은 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구단의 대처 방법과 향후 대응까지 적은 입장문이었지만, 너무 늦었다. /reccos23@osen.co.kr

[OSEN=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