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말린스가 한 시즌에 무려 70명의 선수를 기용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기록으로 많은 선수들을 썼지만 한국인 투수 고우석(26)은 거기에 없었다.

마이애미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우완 투수 마이클 피터슨이 8회말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올 시즌 마이애미 소속으로 출장한 70번째 선수였다. 2019년 시애틀 매리너스의 69명을 넘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70명의 선수들을 썼다.

마이애미 소속으로 공을 던진 투수만 무려 41명이다. 투수로 등판한 선수 3명 포함 야수도 29명이나 된다. 아직 마이애미의 시즌이 12경기 남아있어 몇 명 더 추가될 수 있다.

개막 9연패로 시작해 55승95패(승률 .367)에 그치며 내셔널리그(NL) 최저 승률로 떨어진 마이애미는 일찌감치 리빌딩 모드로 전환했다. 5월에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를 트레이드 카드로 쓴 뒤 7월 마감 시한을 앞두고 투수 A.J. 퍽(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태너 스캇, 브라이언 호잉(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루수 조쉬 벨(애리조나), 외야수 재즈 치좀 주니어(뉴욕 양키스), 브라이언 데 라 크루즈(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선수 이동이 잦다 보니 마이매이에선 그만큼 많은 인원이 뛰었다. 투수 숀 앤더슨, 버치 스미스(볼티모어 오리올스), 포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시카고 컵스) 등 3명의 KBO리그 방출 외국인 선수들이 올 시즌 마이애미를 거쳤다.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마이애미에서 뛰었는데 고우석은 한 번도 부름을 받지 못하고 끝날 듯하다. 더블A 펜서콜라 블루와후스는 지난 16일을 끝으로 시즌이 종료됐다. 트리플A 잭슨빌 점보쉬림프의 시즌이 6경기 남았지만 고우석의 콜업 소식은 없다.

지난 5월5일 아라에즈의 반대급부로 유망주 3명과 함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고우석은 즉시 전력이 될 것으로 보였다. 당시 아라에즈의 잔여 연봉 849만1398달러 중 789만8602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트레이드한 마이애미는 올해 175만 달러, 내년 225만 달러 연봉에 2026년 팀 옵션 미실행시 바이아웃 50만 달러까지 꽤 큰 금액이 남은 고우석까지 받았다.

샌디에이고 유망주 랭킹 6위 외야수 딜런 헤드(20), 9위 제이콥 마시(23), 13위 1루수 네이선 마토렐라(23) 등 유망주를 받는 것에 집중한 마이애미가 고우석을 덤으로 끼워넣은 것은 의외로 여겨졌다. ‘스몰마켓’ 마이애미답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트레이드 후 피터 벤딕스 마이애미 야구운영사장은 “고우석이 조만간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트레이드 직후 고우석은 트리플A 잭슨빌에 배정됐다.

그러나 고우석은 트리플A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고, 마이애미가 5월31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양도 지명(DFA) 된 투수 앤더슨을 웨이버 클레임으로 데려와 40인 로스터에 넣으며 고우석을 DFA 처리했다. 웨이버 기간 원하는 팀이 없어 마이애미 40인 로스터에 제외된 고우석은 신분이 마이너리거로 바뀌었고, 7월12일 더블A 펜서콜라로 강등됐다.

펜서콜라에서 18경기(19이닝) 2승1패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10.42로 완전히 무너졌다. 시즌 막판 최고 구속을 시속 96마일(154.5km)까지 끌어올렸지만 안정감이 떨어졌다. 트리플A 포함 올해 마이너리그 합산 성적은 44경기(52⅓이닝) 4승3패3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6.54 탈삼진 52개. WHIP 1.72에 피안타율도 3할대(.306)에 달했다.

고우석의 계약은 내년까지 보장돼 있다. 무려 70명의 선수를 기용한 마이애미가 한 번도 부르지 않을 만큼 고우석에 대한 내부 평가나 기대가치 높지 않아 보인다. 냉정한 현실 속에서 고우석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마이너리그에서 1년 더 도전을 이어가거나 아니면 내년 연봉을 포기하고 원소속팀 LG 트윈스 복귀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빅리그 도전 의지가 있다면 1년 더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LG로 돌아가기 위해선 내년 마이애미에서 받을 연봉을 보장하는 조건이 돼야 한다. 우리 돈으로 약 30억원이 되는 금액을 LG가 어떤 형식으로 맞춰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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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