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한화’의 뒷심은 매서웠다. 그런데 한 순간의 차이로 상황을 달라지게 할 수 있었다. 전력질주를 안 했던 대가는 컸다.

한화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맞대결에서 9-12로 패했다. 35안타를 주고 받는 난타전 혈투였다. 경기 중반까지 양상은 롯데가 기선을 제압했고 한화의 추격을 뿌리치며 멀찌감치 달아났다. 이날 이상규가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불펜 데이 성격의 날이었다. 이상규는 롯데 타선을 1회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이상규 포함해 총 7명의 투수가 등판했다.

한화는 따라가기 바빴다. 그런데 따라간 보폭이 컸다. 2-10까지 벌어진 채 7회를 맞이했고 추격을 개시했다. 7회 이도윤의 2타점 2루타, 문현빈의 적시타 등으로 5-10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이어진 7회 롯데에 2점을 내줬다. 5-12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한화의 뒷심은 매서웠다. 8회에도 맹추격했다. 8회 이진영의 우전 적시타, 그리고 문현빈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9-12까지 쫓아갔다. 롯데 필승조 구승민 김상수를 차례대로 두들겼고 결국 8회 1사에서 마무리 김원중을 소환시켰다.

한화는 8회 1사 2루에서 김인환이 우전 안타를 때려내면서 1사 1,3루의 추격 기회를 계속 이어갔다. 이제 큰 것 한 방이면 동점, 적시타만 나와도 롯데를 턱밑까지 압박할 수 있었다. 이날 6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유로결이 타석에 들어섰다.

유로결은 김원중에게 2스트라이크를 선점 당하며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그리고 김원중의 4구째 몸쪽 패스트볼을 건드렸다. 힘없는 유격수 땅볼이 됐다. 병살타로 코스였지만 타구가 느리고 또 주력이 괜찮은 유로결이라면 병살타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로결은 1루를 향해 달려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아쉬워했다. 전력질주를 해도 모자란 순간, 유로결은 아쉬워하기 바빴다. 타구 처리가 빠르게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유로결은 뒤늦게 뛰어봤지만 결과는 아웃이었다. 만약 유로결이 아쉬워하지 않고 전력질주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롯데의 더블 플레이 속도와 전력질주를 하지 않은 유로결의 속도가 비슷했다. 비디오판독으로 상황을 바꿔볼 수도 있었지만 한화는 이미 비디오판독 2회를 모두 소진한 뒤였다.

경기 중계를 맡은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유로결 선수는 큰일 났다. 뛰다가 안 뛰었다"라면서 유로결의 플레이를 지적했다.

결국 8회가 그대로 끝났다. 그리고 유로결도 더 이상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지명타자 요나단 페라자 타석에 대타로 나섰던 장진혁이 우익수 수비로 나갔다. 지명타자 자리가 소진되면서 유로결이 경기에서 빠졌다. 한화는 결국 9회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패했다.

유로결이 전력질주를 하고 병살타를 모면했다고 하더라도 점수 차는 더 이상 좁혀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것과 안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 눈길을 더 주는 사령탑이다. 간절한 선수를 지나치지 않고 묵묵히 기회를 줘 본다. 유로결도 그 기회를 받은 선수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유로결은 김경문 감독의 기대를 져버렸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서 유로결이 1루에서 살았다면, 이후 노시환 김태연 등 한 방 있는 대타 카드들로 대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런데 카드를 쓸 기회마저 증발시켜 버렸다. 5강 경쟁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에서 유로결의 허무한 주루플레이 하나가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게 만들었다.

/jhrae@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