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시리즈(APBC)에서 한국은 일본에 두 번 모두 1점 차로 아깝게 패하며 준우승으로 끝났다. 결승전에서 연장 끝내기로 우승한 일본의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야구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바타 감독은 우승 후 “한국과 2경기에서 우리가 이겼지만 아주 작은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2경기 다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우리가 배울 부분도 많았다”며 “투수들의 제구가 좋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졌다. 선발투수 4명 모두 시속 150km 이상 던졌다. 이렇게 젊고 훌륭한 선발 4명이 있어 앞으로 한국이 무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이바타 감독이 언급한 한국의 선발투수 4명은 곽빈(25·두산), 원태인(24·삼성), 이의리(22·KIA), 문동주(21·한화)였다. 당시 예선 호주전 문동주(5⅔이닝 5피안타 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2실점), 일본전 이의리(6이닝 6피안타 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 대만전 원태인(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결승 일본전 곽빈(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 순으로 나서 모두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잘 던졌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힌 APBC 영건 4인방이었지만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 2024 프리미어12에선 전부 다 볼 수 없게 됐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8년 LA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20대 중심 젊은 선수들로 예비 명단 60명을 구성했는데 지난 12일 공개한 ‘팀 코리아’ 예비 명단에 이의리가 빠졌다. 이의리는 지난 6월초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4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다. 빨라야 내년 6월 이후 복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태라 물리적으로 프리미어12에 참가할 수 없다.

이의리뿐만 아니라 60명 예비 명단에 포함된 문동주의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문동주는 올 시즌 21경기(111⅓이닝)에서 7승7패 평균자책점 5.17 탈삼진 96개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후반기 8경기(45이닝) 4승1패 평균자책 2.60 탈삼진 50개로 반등했다. 최고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리며 포크볼이란 새 무기까지 장착했다.

그러나 오른쪽 어깨 피로 누적으로 지난 8일 잠실 LG전에 등판이 불발됐다. 지난 7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MRI(자기공명영상) 검진을 받은 결과 큰 이상 소견이 없었지만 선수가 미세한 통증을 계속해서 느꼈다. 시즌 초중반 견갑골 통증으로 100% 구위를 낼 수 없었던 만큼 더욱 조심스럽다. 결국 지난 11일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사실상 시즌 아웃으로 보호, 관리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프리미어12 최종 명단에 들어가 대회를 다시 준비한다면 몸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문동주는 23경기 118⅔이닝으로 9월초에 시즌을 조기 마감한 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11월 APBC에 전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2경기 10이닝 162구, APBC에서 5이닝 102구를 던져 피로가 쌓였다. 아시안게임 결승전과 APBC 호주전 사이에 40일의 간격이 있어 긴장을 풀지 못하고 몸을 다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무리가 왔다. 오프시즌에 공을 던지지 않고 회복에 집중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지만 160km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이다 보니 몸에 부하가 안 올 수 없었다.

문동주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대표팀에서 2년 연속 시즌 후 국제대회 참가가 부담스럽다. 다만 대표팀 입장에서 문동주는 당장 필요한 선발 자원이다. B조에 속한 한국은 오는 11월13일부터 18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6일간 1라운드 5경기를 치른다. 13일 대만, 14일 쿠바, 15일 일본, 16일 도미니카공화국, 18일 호주와 경기가 예정돼 있다.

1라운드에서 못해도 4~5명의 선발투수 자원이 필요하다. APBC에서 활약한 곽빈과 원태인이 건재한 가운데 최원태, 손주영(이상 LG), 고영표, 엄상백(이상 KT), 오원석(SSG), 김진욱(롯데), 하영민(키움)이 선발 자원으로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영표(2021년 도쿄올림픽, 2023년 WBC), 최원태(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투수들도 있다.

만에 하나 문동주가 빠진다면 곽빈, 원태인, 고영표, 최원태를 중심으로 또 1명의 선발 자원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성적으로는 손주영, 엄상백, 하영민도 대표팀으로 손색이 없다. 최종 명단 제출 마감은 내달 11일로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때까지 문동주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며 28명의 멤버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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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