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강행군이다. 한국을 구해낸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다시 잉글랜드로 날아가 '북런던 더비'를 준비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지난 팔레스타인전 충격을 딛고 첫 승을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기며 휘청였지만, 험난한 오만 원정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임 후 첫 A매치를 1승 1무로 마무리하며 절반의 성과를 거둔 홍명보 감독이다. 그는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사며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전은 무승부에 그쳤으나 오만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따내며 급한 불을 껐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10분 황희찬의 벼락 같은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황희찬은 손흥민의 패스를 좋은 퍼스트 터치로 잡아두며 수비를 따돌렸고, 공간이 나오자마자 과감하게 슈팅을 쐈다. 그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중반부터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니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결국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상대 프리킥이 정승현 머리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후반에도 오만의 기세가 매서웠다. 후반 6분엔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마닝 주심이 3분이 넘는 온필드 리뷰 끝에 취소되기도 했다. 오만은 조직적인 수비로 한국을 막아내며 역습으로 뒷공간을 노렸다. 오만의 공격이 조금만 더 날카로웠다면 역전골을 내줄 수도 있었다.

승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던 후반 37분. '해결사' 손흥민이 홍명보호를 구했다. 그는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으며 결승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가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쐐기골까지 넣으며 경기를 매조지었다.

그야말로 손흥민의 '원맨쇼'였다. 그는 홀로 1골 2도움을 올리며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홍명보호를 구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첫 출발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승리한다는 건 더 단단한 팀이 된다는 의미다. 오늘 그냥 너무 좋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막중한 임무를 마친 손흥민이지만, 숨 돌릴 틈도 없다. 토트넘 역시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대표팀에서도 토트넘에서도 에이스이자 주장인 손흥민이다. 그는 오만에서 곧바로 런던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손흥민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뉴캐슬 원정 경기를 치렀고, 비행기를 타고 3일 한국에 도착했다. 그런 뒤 5일 팔레스타인전을 치렀고, 7일 새벽 오만으로 출국했다. 10일 오만전을 뛴 뒤 다시 영국으로 날아간다.

약 9일 사이에 잉글랜드, 한국, 오만 각기 다른 곳에서 3경기를 소화한 손흥민. 게다가 그는 모두 풀타임을 뛰면서 단 1분도 쉬지 못했다.

여기에 런던-인천, 인천-무스카트, 무스카트-런던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비행까지 생각하면 새삼 손흥민의 대단함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직선 거리로만 따져도 거의 지구 반 바퀴를 돈 셈.

올여름 세르비아 리그에 진출한 설영우 역시 "생각보다 많이 힘들더라. 나도 이번이 처음이다. 흥민이 형이나 (이)강인이가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다. 잠자는 게 어렵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모든 체력 부담과 피로를 이겨내고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이제 그의 다음 상대는 '북런던 라이벌' 아스날. 토트넘은 오는 15일 아스날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맞대결을 펼친다. 그 누구보다 강행군을 치르고 있는 손흥민이 다시 한번 '아스날 킬러'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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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무스카트(오만), 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