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1차지명 파이어볼러가 방황을 끝내고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았다. 김민(25·KT 위즈)은 현재 이강철 감독이 승부처에서 가장 믿고 쓰는 투수다.

김민은 지난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구원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값진 구원승을 챙겼다. 팀의 5-4 짜릿한 끝내기 역전극을 뒷받침한 숨은 영웅으로 거듭났다.

김민은 2-4로 뒤진 8회초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구자욱, 데이비드 맥키넌, 김영웅 순의 삼성 막강 중심 타선을 공 12개를 이용해 삼자범퇴 처리했다. 구자욱을 투수 땅볼, 맥키넌을 중견수 뜬공, 김영웅을 2루수 땅볼로 손쉽게 잡아냈다.

김민은 3-4로 추격한 9회초에도 등판해 공 3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선두타자 윤정빈을 2구 만에 2루수 땅볼, 다음타자 박병호를 초구에 1루수 파울플라이 처리했다. 이후 대타 이성규 상대로 초구에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대타 김헌곤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4구째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김민을 앞세워 추가 실점을 억제한 KT는 9회말 1사 1, 3루 찬스에서 홍현빈의 극적인 2타점 끝내기 3루타가 터지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김민은 21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일주일 만에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김민은 수원 유신고를 나와 2018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KT 1차 지명된 우완 파이어볼러 기대주다. 당시 입단 동기 강백호(2차 1라운드 1순위), 최건(개명 후 최이준, 2차 2라운드 11순위)과 함께 KT를 이끌 신인 3인방으로 주목받았다.

기대와 달리 김민의 커리어는 방황의 연속이었다. 150km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5선발과 추격조를 오가는 패턴을 반복했다. 김민은 2020시즌을 마치고 상무로 향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는데 이 또한 큰 터닝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어느덧 프로 7년차가 된 올해는 다르다. 김민의 시즌 성적은 33경기 3승 1패 9홀드 평균자책점 3.96으로, 김민수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홀드를 기록 중이다.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승부처에 기용되는 필승조로 편성돼 6월 한 달 동안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1.56의 안정감을 뽐냈다. 김민은 이에 힘입어 최근 감독 추천선수로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예까지 안았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29일 수원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자기 할 일을 잘해주고 있다. 아마 본인도 알 것이다. 그러나 너무 치켜세우면 안 된다”라고 웃으며 “과거에는 1이닝 던지면 40개를 던졌는데 이제는 2이닝에 30개를 던진다. 어제(28일)는 1이닝에 10개밖에 안 던진 거 같았다. 투심 계통의 구종을 보유하고 있어서 빠르게 땅볼을 유도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애증의 파이어볼러에서 올스타 필승조로 올라선 김민은 “퓨처스 올스타전은 나가봤는데 이번에는 퓨처스가 아니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얼떨떨하다. 아직 뭘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고민해보려고 한다”라며 “매번 이기는 경기만 하다가 즐기면서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팀을 대표해서 나가는 만큼 내가 왜 뽑혔는지 다른 팀 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뽑아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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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