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3, PSG)의 존재 덕분에 미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을 수 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중국을 1-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황선홍 감독, 김도훈 감독 등 세 명의 감독으로 2차 예선을 치르면서 승점 16(5승 1무)라는 성적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또한 아시아 랭킹 3위로 일본, 이란과 함께 3차 예선 톱시드 자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3월 A매치는 황선홍 감독 체제로 1승 1무(3차전 홈 1-1 무, 4차전 3-0 승리),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 2승(5차전 원정 7-0 승, 6차전 홈 1-0 승)을 거뒀다. 다행히도 2명의 임시 감독이 임무를 잘 수행하며 더 큰 혼란을 막았다.

이제 3차 예선을 앞두고 정식 감독을 제대로 선임해야 된다는 최우선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임시 감독은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라는 김도훈 감독의 말대로 새로운 수장을 찾을 때가 됐다.

중국도 승점 8, 2승 2무 2패로 조 2위로 2차 예선을 통과했다. 중국은 싱가포르 원정 2-2 무승부, 안방에서 태국과 1-1 무승부 등으로 위기에 몰렸으나 승자승으로 간신히 태국을 제치며 24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희망을 이어갔다. 중국으로선 최종전에서 태국이 경기 내내 싱가포르를 두들기고도 3-1로만 승리한 게 다행이었다.

이강인의 선제골이 그대로 결승골로 이어졌다. 후반 16분 손흥민이 박스 왼쪽에서 공을 받은 뒤 골문 앞으로 낮고 빠른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수비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이강인이 뛰어들며 정확히 마무리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A매치 10호 골을 기록한 이강인은 그대로 손흥민에게 달려가 폴짝 뛰어 안겼다. 요란하던 중국 관중들은 일제히 침묵에 빠졌다.

이번 골로 이강인은 최근 10번의 A매치에서 6골 3도움을 올리게 됐다. 10경기에서 9개의 공격 포인트. 최고의 폼이다.

이 경기 약 79분간 활약한 이강인은 1골 이외에도 89%(33/37)의 높은 패스 성공률, 기회창출 1회, 상대 박스 내 터치 1회, 드리블 성공 1회, 파이널 써드 지역 공 투입 10회를 기록하며 한국이 답답한 순간마다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한국은 이 경기 손흥민이 위치한 왼쪽 측면에서 주로 공격을 풀었다. 이강인이 위치한 오른쪽으론 공이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강인은 공을 잡을 때면 필드 전체를 확인한 뒤 동료가 쇄도하는 쪽으로 공을 뿌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왼쪽 측면에 위치한 손흥민을 발견한 뒤 긴 패스로 공을 연결하고 다시 침투해 손흥민의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강인은 생각보다 덤덤한 얼굴이었다. 득점 후 주먹을 세차게 휘두르며 기뻐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강인은 "일단 골보다 팀이 6월 2경기에서 2승을 거둬서 매우 기쁘다"라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앞으로도 더 좋은 축구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이강인은 득점 직후 손흥민과 나눈 대화에 관해선 "너무 정신이 없었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라며 "(손흥민)형도 너무 기뻐해줬고, 다른 동료들도 그랬다. 승리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되돌아봤다.

중국 취재진이 중국에 대한 평가를 묻기도 했다. 이강인은 "중국이 할 수 있는 축구에서 최선을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방 플레이를 존중한다. 상대방을 평가하는 일이다 보니 때문에 되게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수비적으로 나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수비적으로 할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다. 하지만 승리했기 때문에 그 점이 제일 좋다. 지난 맞대결에선 3골이 나왔는데 이번엔 1골만 나왔다. 그러니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땐 수비를 잘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소속팀 PSG와 대표팀에서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활약 중이다. 그는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 이야기가 나오자 "매 경기 매 순간 다른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대표팀에서 처음 한 인터뷰처럼 매 순간 팀을 가장 많이 돕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포지션에 신경 쓰기보다는 팀에 도움과 보탬이 많이 되려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큰 변화의 시기를 앞뒀다. 손흥민, 이재성, 김진수 등 1992년생들의 나이가 서른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피' 이강인의 맹활약에 팬들은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을 수 있었다. /reccos23@osen.co.kr

[OSEN=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