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수장이 된 김경문(66)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선언했다. 2등의 아픔을 잊고 한화에서 이기는 야구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김경문 감독은 2026년까지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5억원, 연봉 합계 15억원 등 총액 20억원에 지난 2일 한화의 제14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한화는 지난달 27일 최원호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지고 물러난 뒤 6일 만에 김경문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체제로 시작한다.

김경문 한화 신임 감독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2004년부터 2011년 6월까지 두산 베어스, 2011년 8월부터 2018년 6월까지 NC 다이노스를 이끌며 1군 14시즌 통산 1700경기 896승774패30무(승률 .537)의 성적을 냈다. 포스트시즌 진출 10회, 한국시리즈 진출 4회 경력을 자랑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야구 종목 최초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김경문 감독은 그러나 통산 500승 이상 거둔 감독 13명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 한화에서 무관의 힘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임식 및 기자회견도 열었다. 박종태 대표이사와 손혁 단장, 선수단 대표로 주장 채은성과 류현진이 취임식에 참석했다.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수원으로 이동, 4일부터 열리는 KT 위즈와의 원정경기부터 팀을 이끈다. 최근 3연패를 당한 한화는 24승32패1무(승률 .429) 8위로 5위 SSG(29승28패1무 승률 .509)에 4.5경기 차이로 뒤져있다. 남은 시즌 87경기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로 5강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김경문 감독은 “잘 어울리나요?”라며 웃은 뒤 박종태 대표이사, 손혁 단장, 류현진과 채은성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이어 김경문 감독은 “2008년에 같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딴 (류)현진이와 만나게 돼 너무 기쁘다”며 “바깥에 있으면서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잘했던 것보다 내가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다시 현장에 왔으니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서 우리 한화 이글스를 강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다음은 김경문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취임 소감. 
"대전에 도착이니 너무 편하게 해주시더라. 제 마음도 편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장을 떠난 시간에도 나름대로 야구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다. 우리 한화 이글스가 지금 조금 성적이 떨어져있지만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선수단과 스태프들을 잘 아울러 남은 경기에서 최강 응원을 보내주시고 있는 한팬들에게 한 경기, 한 경기 더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경험을 통해 배운 부분은 어떤 것인지. 
"현장을 떠나있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남았다. 아쉬운 부분은 아실 것이다(웃음). 2등이라는 것이 저 자신에겐 많은 아픔이었다. 이곳 한화 이글스와 함께 팬들과 함께 꼭 우승에 도전, 꼭 우승을 하고 싶다."

-밖에서 본 한화 팀은 어땠는지. 
"지금 제가 생각할 때는 (남은 시즌) 젊은 선수보다는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 조금 더 기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잔여 시즌) 게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제가 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스태프들과 조금 더 이야기하면서 차근차근 결정하도록 하겠다."

-미국 LA 다저스 연수 시절 우리나라 얕은 선수층 특성상 트레이드가 필수라고 했는데. 
"난 지금도 트레이드는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팀에선 뭔가 좀 잘 맞지 않지만 다른 팀으로 가게 되면 오히려 잘하는 선수들이 있다. 한 팀에서 선수가 자기 역할을 못하고 지나가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팀에가서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다. 내가 온 지 얼마 안 돼 트레이드를 말하기에는 빠르다. 경기를 치르면서 (구단과) 차근차근 상의하려고 한다."

-한화에 필요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야구를 하고 싶은지.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그 다음에 지금 제가 해왔던 것도 있고, 한화만의 좋은 장점과 같이 섞을 생각을 갖고 있다."

-KBO리그 최고령 감독으로 올드스쿨에 대한 편견은. 
"지금 와서 안 그래도 스태프들과 미팅을 해보니 야구가 많이 변했더라. 그걸 느꼈다. 제가 처음 감독할 때는 40대 초반으로 어렸다. 최고 고참 감독으로 컴백을 하니 책임감도 생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에는 여러 생각이 있지만 꼭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화는 유능한 감독들도 실패했는데 부담은 없었는지. 
"글쎄 뭐 감독이라면 정말 뭐 오랫동안 잘 해내고 싶지만 숙명처럼 성적이 안 나면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담감보다는 제가 할 것, 제가 생각했던 것을 하려고 한다. 미국 가서 보니까 많이 달라져 있더라. 새롭게 한 번 우리 선수들이랑 스태프와 즐겁게 남은 경기를 풀어나가겠다."

-미국에서 주로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라면. 
"제가 미국에 잠깐 잠깐 있으면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미국의 선수층,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점이다. 고우석이 가서 고전하고 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150km 던지는 투수들이 너무나 많다. 한국도 빠른 볼 던지는 젊은 투수가 많다. 특히 우리 한화가 밝다고 생각한다. 제 목표대로 차근차근 한 발씩 걸어나갈까 생각한다."

-2위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는데 당장 우승 도전을 생각하나. 
"지금 팀이 밑에 있는데 올해는 먼저 승률 5할을 맞추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포스트시즌에 초점을 맞춰 성적이 올라오면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

-한화는 도루 숫자가 적은데. 
"꼴찌를 하고 있더라(팀 도루 30개, 9위). 점수를 내는 루틴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느 팀이나 빠른 선수를 많이 갖고 있다면 그 팀이 강하다고 본다. 그래서 한화도 빠른 선수들을,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류현진과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 
"아직은 이야기를 못 나눴다. 인사만 했다. 너무 반갑더라. 아직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고, 저녁에 (수원) 도착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많이 나누도록 하겠다."

-눈여겨본 선수들이 있을 텐데. 
"내야 쪽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젊은 투수들이 특히 좋다. 한화가 점점 강해지는 팀이 되지 않아야 할까 싶다. 팬들에게 탄탄한 야구를 보여줘야 하는 팀이 돼야 한다. 그 점을 강조할 것이다."

-선수 기용하실 때 뚝심 야구로 표현되는데. 
"선수를 믿게 되면 조금 더 기회를 많이 주고, 기다린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예전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이 다가가서 소통하겠다. 때에 따라선 형님도 되고, 아버지처럼 선수들이 야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나이가 있는데도 현장에 복귀한 이유는. 
"11살에 야구를 시작해서 그라운드에 60살 넘게 있었다. 예전과 많이 변했다는 걸 알고 있다. 야구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마이너를 찾아가 야구를 보고 찾아왔다."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야구는 한 사람이 잘해서 이기는 운동이 아니라 팀워크가 필요한 종목이다. 특히 팀이 어려울 때이니까 한 사람의 마음보다 다같이 마음을 모아 한 경기씩 풀어가자고 이야기했다."

-앞서 두 팀에선 시즌 중간에 나갔는데. 
"감독은 성적이 나쁘고, 무슨 일이 있다면 팀을 위해 책임질 수도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저의 목표를 꼭 이루고 떠나고 싶다."

-가장 먼저 팀을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알고 있지만 팀이 아픈데 굳이 아픈 부위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스태프들이랑 부족한 부분을 잘 채우도록 그렇게 준비하겠다."

-2018년 NC에 물러날 때랑 같은 6월3일에 취임했는데. 
"저도 문자를 보고 이걸 알았다. 지인이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저도 깜짝 놀랐다. 이런 건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저 높은 곳에 큰 분이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

-코칭스태프는 그대로 간다고 했는데. 
"지금 스태프들이 선수들과 가장 가깝게 있었다. 시즌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데 선수들을 동요시키기 싫었다. 지금 있는 스태프들과 마음을 잘 모아서 나머지 경기를 마무리할까 생각 중이다."

-마무리 인사. 
"대표팀은 3년 만이고, 현장 복귀는 6년 만인데 이렇게 뵙게 돼 너무 반갑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보니까 실감이 난다. 제가 부족하지만 한화 팀이 조금 더 강팀, 상대팀이 두려워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선수들과 같이 노력해 팬들께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