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한국계 타자가 미국 대학야구 리그(NCAA)를 맹렬하게 폭격 중이다. 캘리포니아 발렌시아에 거주하는 김재원 군(21ㆍ미국명 아이작 김)이 주인공이다.

김 군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NCAA 디비전3 슈퍼 리저널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사이클링 히트(hit for the cycle)를 포함해 5타수 5안타를 폭발시키며, 팀의 상위 라운드 진출을 이끌었다. 현지 매체는 NCAA 슈퍼 리저널 토너먼트에서 사이클링 히트가 나온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포모나-핏처(Pomona-Pitzer) 컬리지(이하 포모나)의 1루수 겸 2번 타자로 출전한 그는 이날 이스트 텍사스 뱁티스트 대학과 경기에서 5타수 5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앞선 타석에서 단타 2개와 2루타, 3루타 1개씩을 쳤던 김 군은 마지막 타석인 8회 말 2사 후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극적인 대기록을 달성했다.

포모나는 김 군의 활약에 힘입어 이스트 텍사스 뱁티스트 대학을 8-7로 제압하고, 학교 역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디비전3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는 내달 1일부터 클리블랜드에서 열린다.

미국 대학리그는 디비전1~3로 나눠서 치러진다. 우승자를 결정짓는 월드시리즈 역시 각 디비전 별로 개최돼, 최종 승자에게는 미국 챔피언의 영예가 주어진다.

김 군은 키 6피트 4인치(193cm), 몸무게 220파운드(100㎏)의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갖췄다. 덕분에 파워와 정확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정규 시즌 때부터 이미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주요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43게임에 출전해 170타수 75안타로 4할이 훌쩍 넘는 타율(0.44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장타율(0.447)과 OPS(1.347)까지 선두다. 홈런은 17개로 2위.

특히 클러치 능력이 뛰어나 타점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다. 경기당 1.8개꼴인 79개를 기록하며, 2위와 24개나 차이를 벌렸다. 손목 부상으로 시즌 초반 7게임에 결장한 상태에서 올린 성적이다. 모두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대단한 활약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격인 리그 우승 결정전에서는 13타수 10안타를 몰아치며, 시리즈 MVP로 뽑혔다. 이어 PO 2라운드인 리저널 토너먼트에서도 4게임에서 3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그리고 지난 주말 3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는 사이클링 히트를 포함해 5타수 5안타의 기염을 토한 것이다.

김 군은 LA 근교의 윌리엄 하트 하이스쿨에서 4번 타자로 활약했다. 트레버 바우어, 타일러 글래스나우 등의 전현직 다저스 투수를 배출한 야구 명문교다. 고교 시절 학업 성적도 늘 최상위권을 유지해 ‘뉴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포모나 컬리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올해 포모나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 주립 샌타바버라 대학(UCSB)으로 옮겨 선수 생활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UCSB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수락한 것이다. 배리 지토(전 샌프란시스코), 노아 데이비스(콜로라도),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등이 선수 생활을 했던 야구팀이다.

어린 시절 가족 간의 친분 덕분에 추신수와 만날 기회가 제법 많았다.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추신수 아저씨’의 조언이 큰 힘이 됐으며, 현재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밝힌다. 지금 백넘버 17번을 달고 있는 이유 역시 “오타니가 아닌, 추신수 아저씨의 번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내년 여름 드래프트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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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