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에 겨운 날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선발 투수의 예기치 못한 조기 강판 변수를 극복하고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그 중심에는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최이준(25)의 투혼이 있었다.

롯데는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맞대결에서 9-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KIA와 삼성을 상대로 한 상위권 6연전을 5승1패로 마무리 했다.

이날 롯데는 자칫 변수 속에서 경기를 그르칠 뻔 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피칭으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찰리 반즈가 2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왼쪽 내전근 통증을 호소하면서 조기 강판됐다. 김지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급히 트레이너를 호출했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예기치 못한 선발 투수의 부상 강판 상황. 롯데는 급히 두 번째 투수를 올려야했고 최이준이 선택을 받았다. 몸을 거의 풀지 못한 최이준은 2사 만루에서 3번 타자 맥키넌과 상대했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맥키넌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3회도 김영웅을 좌익수 뜬공 이재현을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강민호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오재일을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4회에는 선두타자 김재상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김헌곤에게 우전안타를 내줬고 구자욱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김지찬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최이준 역시 오른손 중지 손톱이 깨지는 변수가 발생했다. 최이준도 그렇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김상수가 김지찬과 맥키넌을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경기는 롯데의 흐름으로 흘러갔고 최이준이 마운드에 버티는 동안 2점의 리드를 얻었다. 이후 타선이 더 폭발하면서 승리했다. 최이준은 시즌 첫 승. 통산 2승 째를 수확했다.

경기 후 만난 최이준은 오른손 중지에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흥은 주체하지 못했다. 이날 구단이 선정한 수훈선수로 선정된 최이준은 관중들 앞에서 춤사위를 선보이기도 했다.

경기 후 최이준은 수줍어 하면서도 “끼를 숨기고 있었는데, 오늘 정도는 팀이 이겼으니까…”라고 웃었다.

그는 “손톱이 들리는 것을 처음에 참고 던지려고 했는데 김지찬 선수에게 던지다가 더 들렸다. (유)강남이 형이 알아채고 바뀐 것 같다. 미세하게 들려 있었는데 던지다 보니까 더 들리게 됐다”라면서 “한 타자를 더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고 힘을 더 줘서 던지다고 들린 게 있는 것 같다”라고 투혼을 설명했다.

처음 마운드에 올라간 상황에 대해 “경기 전 스트레칭정도만 했을 뿐, 몸을 전혀 풀지 못했다”라면서 “마운드 위의 타자를 ‘막자’가 아니라 ‘잡아보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더 좋은 결과가 있었다. 타자가 누구인지는 신경쓰지 않았고 정신없이 올라와서 강남이 형 사인만 믿고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최이준이 위기를 틀어막고 분위기를 바꿔놓았고 타선이 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이런 느낌이 처음이다. 이런 경기가 다시는 나와서 안되겠지만 똑같은 상황이 되면 타자들이 잘 쳤으면 좋겠다”라며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 오늘은 잊고 내일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해야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