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의 줄부상 속에서도 감독에 휴식을 요청한 KT 위즈 투수 엄상백. 그가 열흘의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와 마침내 승률왕의 면모를 되찾았다.

KT 위즈는 2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7차전에서 5-2로 승리했다.

KT는 최근 3연승, 키움전 6연승을 질주하며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를 조기 확보했다. 최근 2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 시즌 23승 1무 28패를 기록했다.

승리의 주역은 선발 엄상백이었다. 11일 만에 1군 복귀전에서 5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 82구 호투를 펼치며 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23일 만에 시즌 3번째 승리를 맛봤다.

엄상백은 4회 최주환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걸 제외하고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이며 향후 활약을 기대케 했다. 최주환의 2루타 때 홈을 밟은 김혜성이 앞서 우전안타에 이은 우익수 조용호의 포구 실책으로 2루에 도달하며 1실점이 비자책으로 기록됐다.

엄상백은 키움 타선을 상대로 체인지업(35개)을 비롯해 커터(30개), 직구(17개) 등을 곁들여 무자책점 투구를 해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나왔고, 82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52개(볼 30개)를 차지했다.

엄상백은 경기 후 “(장)성우 형과 배터리를 이룰 때 항상 좋은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성우 형만 믿고 던졌다. 오랜만에 등판했는데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예비 FA 시즌을 맞아 부진을 거듭하던 엄상백은 지난 14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이튿날 엄상백을 1군 엔트리에서 돌연 제외했다. 당시 이 감독은 “선수 본인이 어깨가 무겁다고 하더라. 몸도 늦게 풀린다고 해서 휴식 차원의 말소를 결정했다. 열흘 쉬고 돌아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KT는 올 시즌 막강 선발야구를 앞세워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와 함께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지만 토종 에이스 고영표(팔꿈치 굴곡근 미세 손상), 웨스 벤자민(팔꿈치 통증)이 줄줄이 부상 이탈하며 플랜B를 넘어 플랜C를 가동 중이다. 그런 가운데 엄상백이 감독에게 이례적으로 휴식을 요청했고, 이 감독은 선발 1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열흘 휴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엄상백은 “한 턴 쉰 후에 등판했지만, 그렇게 오래 쉰 게 아니라 경기 감각에 문제가 없었고 제구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쉬고 등판해서 패스트볼 구위가 괜찮았다. 그래서 성우 형도 직구 사인을 많이 낸 것 같다”라며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라고 꾸준한 활약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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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