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14실점 그 후. SSG 랜더스 로버트 더거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더거는 12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더거가 명예회복에 나서야 하는 날이었다. 더거는 지난 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3이닝 12피안타 4볼넷 3사구 14실점(13자책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14실점은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 기록이다.

더거의 14실점은 3번째 불명예 기록이다. 1999년 8월 7일 두산 베어스 김유봉이 대구(시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구원으로 4이닝 동안 14실점을 기록한 게 최초였다. 이어 2017년 6월 29일 삼성 재크 페트릭이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로 2이닝 동안 14실점을 내줬다.

더거는 눈물을 글썽 거리면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결국 팀도 3-16으로 대패를 당했고 이날 반등을 노렸다. 누구보다 더거가 더 의욕을 보여야 했다.

더거는 이날 1회초 터진 최정의 솔로포를 등에 업고 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1회말 선두타자 천성호를 볼넷, 로하스를 우전안타로 내보냈다. 강백호를 1루수 땅볼로 유도해 1사 2,3루를 만들었지만 문상철에게 내야안타를 내주면서 실점했다. 계속된 1사 3루에서는 장성우를 삼진으로 솎아냈고 이호연까지 다시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1회를 겨우 넘겼다.

2회에는 불운이 섞였다. 선두타자 안치영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중견수 방향으로 코스가 좋기는 했지만 유격수 박성한이 무리 없이 처리하는 듯 했다. 그런데 유격수 악송구가 나왔다. 안치영은 3루까지 재빠르게 도달했다. 더거는 다시 흔들렸다. 정준영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3루 위기를 맞이했다.

이후 김상수와 2볼 2스트라이크에서 김상수에게 144km 패스트볼을 던지다 좌월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결국 더거는 2회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로써 올 시즌 더거의 기록은 4경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4.40(15이닝 24자책점), 이닝 당 출루 허용(WHIP) 2.27, 피안타율 3할7푼3리가 됐다. 충격적인 기록이다.

SSG는 더거와 총액 90만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더거는 미국 애리조나주 출신으로, 텍사스 공과대학교를 졸업 후, 2016년 18라운드(전체 537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이듬해부터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출장해 경험을 쌓은 더거는 마이너리그(트리플A) 통산 75경기 339⅓이닝 15승 22패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했다. 특히 2023시즌에는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평균자책점 4.31과 탈삼진 143개를 기록하며 각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타자 친화적인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를 했다는 기록은 주목하고 기대하기에 충분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더거의 모습은 압도적이지 못했다. 시범경기부터 평균자책점 5.68로 불안감을 상승시키더니 정규시즌에서도 아쉬운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더거의 부진에 SSG도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14실점이라는 참사 이후 독기를 품고 경기를 나서야 했는데 달라진 것은 없었다. 되려 강판 당할 때 배영수 투수코치와 오랜시간 대화를 나누고 본인도 못마땅한 듯 마운드를 내려오기도 했다.

교체에 대한 빠르면 빠를수록 결단을 내리는 게 좋지만, 당장 대체 투수를 구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 아직 대체선수 시장이 열리지도 않았다. 과연 SSG는 더거와 함께 동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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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