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무승부를 거둔 태국 선수들이 보너스까지 챙겨간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한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에서 FIFA 랭킹 101위 태국과 1-1로 비겼다. 2승 1무의 한국은 조 선두를 유지했다.

한국 입장에서 마치 패배와 같은 무승부였다. 한국은 전반 42분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16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한국이 경기내내 태국을 밀어붙였지만 기대했던 결승골은 터지지 않았다.

태국의 전력이 기대이상으로 높았다. 더 이상 동남아축구라고 무시할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조직력 면에서는 하루만 훈련한 한국보다 태국이 더 위였다. 태국은 철저하게 어떤 축구를 할지 계획을 짜고 나왔고 그대로 실천했다.

태국선수들이 열심히 뛴 이유는 또 있었다. ‘시암 스포츠’는 “'마담 팡'으로 불리는 누알판 람삼(58) 태국축구협회장이 태국이 한국에게 승리할 경우 400만 바트(1억 4640만 원)의 승리수당을 걸었다.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100만 바트(3660만 원)의 보너스를 선언했다. 태국 선수들은 100만 바트를 받고 방콕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돈의 액수를 떠나 태국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동기부여가 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축구공은 둥글다. 한국 선수들 연봉이 더 높다고 반드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누알판 람삼 태국축구협회장은 태국의 대기업인 무엉타이생명보험의 CEO인 귀족재벌이다. 미국경제지 포브스는 2020년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25인 중 한 명으로 람삼을 꼽았다. 람삼가문은 태국에서 27번째 부자로 알려진 귀족집안이다. 그녀는 포트FC의 구단주로 활동할 만큼 엄청난 축구사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태국에 가면 그녀가 등장하는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람삼 회장은 지난 2022년 ‘동남아 월드컵’ 스즈키컵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이기기 위해 “승리할 경우 상금 2000만 바트(약 7억 원)와 함께 명품, 롤렉스 시계, 아이폰 등을 선물로 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힘입어 태국은 숙적 베트남을 꺾었다.

람삼은 “태국도 언젠가 한국과 일본처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엄청난 축구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제 한국이 태국의 적진에 쳐들어 가야 하는 입장이다. 변수가 많은 동남아에서 결코 방심할 수 없다. 한국은 서울에서도 태국을 못 이겼다. / jasonseo34@osen.co.kr

[OSEN=서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