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적인 강타자 칼 야스트렘스키의 손자도 ‘바람의 손자’에게 반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34)가 새 동료 이정후(26)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야스트렘스키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MLB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이정후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정후의 첫인상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타격의 일관성이 놀라울 정도로 좋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계속 중앙으로 보낸다”며 타격 기술에 대한 칭찬부터 했다.

이정후는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시범경기 데뷔 후 5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며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1회 데뷔 첫 타석 안타를 시작으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선 첫 2루타에 홈런까지 장타쇼를 펼쳤다. 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중전 안타, 4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우전 적시타, 5일 콜로라도전 좌익수 키 넘어가는 1타점 적시타로 5경기 연속 안타.

94~95마일(151.3~152.9km) 패스트볼은 물론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가리지 않고 공략하는 이정후의 컨택 능력은 시범경기 초반부터 통하고 있다. 존을 벗어난 볼도 중심에 잘 갖다 맞히는 배트 컨트롤은 말할 것도 없다. 3000타석 기준 KBO리그 통산 타율 역대 1위(.340)에 빛나는 이정후의 타격 기술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야스트렘스키뿐만 아니라 마이클 콘포토, 라몬트 웨이드 주니어 등 여러 팀 동료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외야 수비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야스트렘스키는 “외야 수비에서의 기술도 흠잡을 데 없다. 이정후의 플레이를 보면 진정한 중견수와 함께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며 같은 외야수로서 수비력도 높이 평가했다.

시범경기 기간 이정후에게 많은 타구가 가지 않아 수비에서 어떤 평가를 할 요소가 많지 않지만 연습 때부터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4일 클리블랜드전에선 5회 가브리엘 아리아스의 머리 위로 향하는 잘 맞은 타구를 워닝 트랙 앞까지 따라가 침착하게 처리하는 안정감을 보였다. 애리조나의 강한 햇빛에도 점차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이정후는 자신의 수비력에 대해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한다. 한국에서도 내가 느끼기에 수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하던 대로 하고 있다. 물론 나보다 수비 잘하는 형들도 있었지만 그 형들에 비해 내가 방망이를 잘 쳤기 때문에 수비가 그만큼 돋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키움 히어로즈 경기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팬분들이라면 내가 수비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정말 수비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타자 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투수는 공만 던져서 팀에 기여하지만 타자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방망이를 못 쳐도 수비로 도와주고 활약할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도 (타격이) 잘 안 풀리면 수비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 것들이 미국 와서도 하던 대로 하다 보니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얼굴로 다니는 이정후는 훈련 때부터 동료 선수들과도 대화하며 먼저 다가가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빠르게 팀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력만큼 멘탈과 적응력이 무척 중요한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이정후의 활달하고 개방적인 성격은 팀 동료들의 기대감까지 높이게 한다.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슈퍼스타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계약을 했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기만 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6년 1억1300만 달러로 샌프란시스코 팀 내 야수 중 최고 대우를 받은 이정후는 신인의 자세로 시범경기에 계속 임하고 있다. 원정 경기시 젊은 동료들과 같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구단 배려도 거부하고 있는 그는 “팀에 처음 왔고,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지금은 루키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라며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있다.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어 동료들이 그에게 호감을 안 가질 수 없다.

한편 이정후를 극찬하며 그에게 한국어도 배우고 있는 야스트렘스키는 좌투좌타 외야수로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5년간 통산 554경기 타율 2할4푼1리(1846타수 444안타) 88홈런 261타점 OPS .788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6경기 타율 2할3푼3리(330타수 77안타) 15홈런 43타점 OPS .775로 고전하면서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야 3개 포지션 다 커버 가능한데 이정후의 합류로 올해는 우익수에 고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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